40대 A씨는 매달 병원에서 고혈압 약을 처방받아 약국에서 약을 산다. A씨가 먹는 약은 한 알당 1415원. 처방약 비용의 70%는 건강보험공단에서 지원해주기 때문에 A씨는 매달 1만3000원, 연간 15만원을 약값으로 쓴다. 같은 성분을 가진 100여 개 브랜드 중 가장 싼 약은 한 알당 869원. A씨가 이 약을 먹으면 연간 20만원(본인 부담금 6만원)을 아낄 수 있었던 셈이다.
A씨의 경우처럼 현재 환자들이 먹고 있는 약을 같은 성분의 최저가 약으로 대체할 경우 연간 약값이 8조원 가까이 절감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2일 본지가 입수한 의약품정책연구소가 대한약사회 의뢰로 진행한 ‘성분명 처방 모델 개발 연구’ 결과를 보면, 현재 국내에서 복용되는 약을 가장 저렴한 복제약으로 바꿀 경우 7조9000억원을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복제약은 신약의 특허가 만료됐을 때 다른 제약회사들이 같은 성분의 약을 만든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절감액 7조9000억원은 국내 총 의약품비(30조9000억원)의 25.7%에 달하는 금액이다. 건보 재정에서 5조5300억원, 일반 환자 부담액에서 2조3700억원씩 아끼는 셈이다.
이에 따라 이재명 정부는 의사가 약 브랜드를 정해서 처방하는 게 아니라 ‘성분명’을 처방하는 제도를 국정 과제로 삼고 있다. 이렇게 되면 환자는 약국에서 필요한 성분을 가진 가장 저렴한 복제약을 살 수 있다.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이 논의 중이다. 프랑스·호주는 성분명 처방을 의무화했고, 영국·일본도 성분명이 같은 약을 팔도록 권장한다. 의약품정책연구소의 연구는 향후 국내에서 ‘성분명 처방’이 허용되면 복제약들이 가격 경쟁을 일으켜 약값 절감 효과가 더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의사 단체 등은 이런 조사를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한의사협회의 범의료계 국민건강보호 대책특별위원회 황규석 홍보위원장은 “오리지널 약과 복제약은 약효 차이가 50%까지 발생할 수 있다”며 “단순히 성분이 같다고 해서 치료 효과가 같다고 단정 짓는 건 매우 위험한 접근”이라고 밝혔다. 의사 출신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도 “식약처의 복제약 허가 기준은 평균적인 흡수율을 비교할 뿐 환자마다 약효나 부작용이 다를 수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