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연분만 비율이 급감하면서 산모 3명 중 2명은 제왕절개로 아이를 낳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병원의 신생아실./뉴스1

임신 36주차인 김민정(28)씨는 출산 방법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원래는 제왕절개로 아기를 낳을 생각이었는데, 최근 시어머니가 “자연분만이 훨씬 회복이 빠르다”면서 강하게 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자연분만을 하러 들어갔다가 너무 힘들어 중간에 결국 제왕절개 수술을 받았다’는 얘기를 주변 사람들로부터 너무 많이 들어서 아직도 고민 중”이라고 했다.

지난해 국내에서 제왕절개 수술로 출산한 산모가 자연분만 산모보다 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7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분만 건수(23만6919건) 가운데 제왕절개가 15만8544건, 자연분만이 7만8375건으로 집계됐다. 제왕절개 비율이 66.9%로, 신생아 3명 중 2명은 제왕절개로 태어난 셈이다. 2018년까지만 해도 자연분만이 제왕절개 출산보다 많았다. 2019년부터 역전되기 시작해 격차가 매년 커지고 있는데, 지난해에는 8만건 이상 차이가 난 것이다. 의료계에선 “산모들이 선호하는데다, 의료진도 사법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제왕절개를 택하는 경우도 늘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그래픽=이진영

일반적으로 자연분만이 제왕절개보다 분만 후 회복이 빠르고, 입원 기간도 짧다. 제왕절개는 수술(절개) 부위의 감염 위험 때문에 1주일가량 샤워를 못 하고, 감염이나 출혈 등 부작용 위험도 상대적으로 크다. 자연분만의 모성 사망률(출산 때문에 발생하는 여성 사망자 비율)은 10만명당 0.2명이지만, 제왕절개는 2.2명으로 11배나 높다. 그런데도 제왕절개를 선택하는 산모 비율은 갈수록 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엔 산모의 고령화가 주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여성의 평균 출산 연령은 33.7세로, 10년 전보다 1.66세 높아졌다. 산모 나이가 많아질수록 자연분만이 어렵고, 조산 위험이 높아져 제왕절개 수술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산과 의사들의 설명이다. 김의혁 일산차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아이를 처음 낳는 산모는 최소 10시간의 진통이 있다”며 “진통을 겪다 보면 안 좋은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어 제왕절개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최근엔 제왕절개로 출산하는 젊은 산모가 늘어난 것도 한몫했다고 한다. 실제로 건보공단의 수술 통계 연보를 보면, 지난해 20대 분만 4만328건 중 51%가 제왕절개로 집계됐다.

자연분만보다 ‘예측 가능성’이 높은 것도 제왕절개를 찾는 이유다. 수술 일정에 맞춰 계획적으로 출산을 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산모와 가족은 희망하는 출산 날짜를 통보하기도 한다. 이름을 미리 짓고 사주를 본 다음, 특정 날짜와 시각에 출산을 하겠다고 의료진에게 알린다는 것이다. 수도권 대학병원의 한 산부인과 교수는 “사주팔자를 이유로 특정 날짜와 시각에 제왕절개 수술을 꼭 받아야 한다고 말하는 경우도 적지 않고, 병원 사정 등으로 출산이 어려울 경우 다른 병원으로 옮겨 가기도 한다”고 했다.

의료진 입장에서도 의료 사고에 대한 법적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제왕절개를 선호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산부인과 개원의는 “거액 배상이나 형사처벌에 대한 리스크(위험)를 피하기 위해 제왕절개를 택하는 경우가 많다”며 “의료 기술이 발달해 태아 상태가 조금만 나빠지더라도 제왕절개 수술을 하기도 한다”고 했다. 산과 의료사고의 경우 태어났거나 태어날 아기가 잘못되면 의료진의 과실이 경미하더라도 아기의 기대 여명 등을 고려해 배상액이 산정된다. 이 때문에 수억원대 배상 판결이 나오는 경우가 많아져 방어적으로 진료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