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박나래. 2021.12.30/뉴스1

방송인 박나래(40)씨가 이른바 ‘주사 이모’라고 불리는 여성으로부터 수액 주사 등 의료 서비스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이를 불법 의료 행위로 봐야 한다는 의료계의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사건의 시작은 연예 매체 디스패치가 최근 박씨가 오피스텔 등에서 주사 이모로 불리는 지인에게서 피로 해소용 수액을 맞았다는 보도를 하면서 시작됐다. 주사 이모는 통상 수액 등 의약품을 허가되지 않은 공간에서 불법적으로 주사하는 인물을 칭하는 은어다. 박씨 측은 이런 의혹에 대해 “면허가 있는 의사에게서 영양제를 맞은 것”이라며 반박했다.

박씨의 이 같은 반박에도 논란은 쉽사리 해소되지 않았다. 박씨에게 수액을 놔줬다는 주사 이모의 출신이 의사인지가 명확지 않은 데다 허가되지 않은 곳에서 전문 의약품을 처방하고 주사했다면 불법 의료 행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박씨의 주사 이모로 지목된 A씨가 지난 7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의사 가운을 입은 사진과 함께 장문의 글을 올리며 “12~13년 전 (중국) 내몽고(자치구)를 오가며 공부했고, 내몽고 포강의과대학병원에서 내·외국인 최초로 최연소 교수까지 역임했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은 더욱 증폭됐다. 그는 “병원장과 성형외과 과장, 내몽고 당서기의 도움으로 한국 성형 센터까지 유치했다”며 “방송 인터뷰와 강연도 마다하지 않고 열심히 살았다”고 쓰기도 했다.

A씨의 이 같은 주장에 젊은 의사와 의대생 모임인 ‘공정한 사회를 바라는 의사들의 모임(공의모)’은 즉각 성명을 내고 “박나래의 ‘주사 이모’로 알려진 A씨는 불법 의료 행위를 부인하며 자신이 ‘내몽고 포강의과대학병원에서 교수로 역임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확인 결과, 포강의과대학이라는 의과대학은 존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해당 단체가 확인한 결과, 중국의 의대 인증 단체 자료에 포강의과대학이 없다는 것이다. 해당 단체는 A씨의 의사 신분 여부를 별도 확인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대한의사협회도 8일 입장문을 내고 “의료법상 의사 면허가 없는 비의료인은 어떤 경우에도 우리나라에서 의료 행위를 할 수 없다”며 “이번 사건의 행위는 의료인이 행하는 적법한 진료와 다른 불법 시술일 뿐, 이를 방문 진료로 본질을 흐려서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의료계가 이렇게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선 것은 현행법상 중국에서 취득한 의사 면허만으로는 한국에서 의료 행위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의 면허도 한국은 인정하지 않는다. 해외 의대를 졸업한 경우 의사 국가고시를 칠 수 있는 자격을 주기도 하지만, 이마저도 보건복지부의 인정을 받은 학교여야만 한다. 만약 A씨가 무자격자로서 박씨에게 의료 행위를 했다면 의료법상 무면허 의료 행위를 한 것으로 적용돼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아울러 현행 의료법은 의료인이 의료기관 안에서만 의료행위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응급환자 진료나 가정간호 목적, 부득이한 사정이 있을 경우에만 의료기관 밖에서의 의료행위가 허용된다. 환자나 환자 보호자의 요청에 따라 예외적으로 왕진을 할 순 있으나, 이 또한 거동곤란 같은 사정이 있어야만 한다고 규정한다. 이 경우에도 의무기록이나 처방전 작성, 건강보험 청구 등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 왕진 규정이나 의무기록 미작성의 경우 모두 5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복지부는 이미 수사기관에 고발 및 인지된 사건이므로 수사 경과를 지켜보고 필요한 경우 행정조사 등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복지부는 그러면서 일차적으론 위법 행위를 한 자가 처벌 대상이나, 의료법 위반을 인지하고도 적극적으로 요청하는 등 가담 여부에 따라 환자 본인도 공범으로 처벌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씨가 A씨의 무면허를 알고도 수액을 맞았다면 공범이 될 수 있다는 취지다.

다만, A씨가 소셜미디어로 주장했듯 박씨에게도 스스로 의사라고 주장했다면 박씨가 국내 의사 자격 유무를 확인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본지 확인 결과, A씨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일했다고 주장한 포강병원은 현지에선 내몽고의과대 제3부속병원으로 불리고, 실제 수련병원 역할도 하고 있는 만큼 A씨가 중국에서 의사 면허를 취득했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 포강병원 홈페이지에는 해당 병원이 성형·미용 분야에선 최고의 병원이며, 유일한 성형·미용 수련병원이라고 기재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