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가 비만 치료제인 글루카곤 유사 펩티드-1(GLP-1)에 대한 사용 지침을 처음으로 내놨다. 그간 약물을 통한 비만 치료보다는 운동과 식이요법을 강조해 온 WHO가 비만 치료제에 대해 ‘비만 환자에게 효과적인 첫 번째 옵션’이라며 전향적으로 태도를 바꾼 것이다.

WHO는 1일 발표한 지침에서 “비만을 앓고 있는 성인에게 GLP-1 요법의 장기 사용을 권장한다”고 밝혔다. GLP-1은 현재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 등 의약품으로 한국에선 흔히 ‘비만 치료제’로 통칭한다.

WHO는 첫 번째 권고 사항으로 임신부를 제외한 성인의 비만 치료를 위해 GLP-1 요법을 6개월 이상 장기간 사용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두 번째 권고 사항은 의약품과 함께 건강한 식단, 신체 활동을 함께 하는 것이다. WHO 권고에 따르면 몸무게(kg)를 키(m)의 제곱으로 나눈 값인 체질량지수(BMI) 30 이상인 성인은 GLP-1 계열 약을 장기적으로 쓸 수 있다.

WHO가 스스로의 지침에 대해 ‘획기적인 정책 변화’라고 칭하면서까지 새로운 정책을 내놓은 것은 비만의 확산이 걷잡을 수 없는 수준으로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WHO는 비만이 지난해 기준 전 세계적으로 370만명의 사망과 연관돼 있다는 통계를 제시하며 “단호한 조치가 없으면 10억명 이상에 이르는 비만 환자가 2030년까지 두 배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새로운 지침은 비만이 포괄적이고 평생에 걸친 치료가 필요한 만성 질환임을 인정하는 것”이라며 “GLP-1 치료제는 수백만 명이 비만을 극복하고 관련 피해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WHO는 다만 이번 지침을 이행하기 위해 GLP-1 약값을 낮춰 접근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WHO는 각국 정부와 기업이 특허 의약품에 대해 더 저렴한 복제약 제조를 허용하는 자발적 라이선싱, 가난한 나라에는 더 낮은 가격에 제품을 공급하는 가격 정책 등을 세워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