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강원 평창군 상안미2리 마을회관에서 진행된 건강 프로그램에 참여한 어르신들이 강사의 지도에 따라 무릎을 접었다 펴며 손뼉을 치는 운동을 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평창군 보건의료원 주도로 열리는 노쇠 예방 관리 사업의 일환이다./장련성 기자

“이걸 하면 어떻게 된다고 그랬죠? 맞아요. 앞으로 ‘유모차’는 절대 안 밀어요.”

지난달 26일 강원도 평창군 대화면 상안미2리 경로당. 국선도 강사 송영재(66)씨 앞으로 할머니 10명이 모였다. 이들의 나이는 평균 80세. 송씨가 다리를 찢거나, 엎드린 자세에서 상체만 팔 힘으로 밀어내는 자세를 취할 때마다 요가 매트 위의 할머니들은 “아이고”라면서도 동작을 따라 했다.

이 수업은 평창군 보건의료원 주도로 열리는 노쇠 예방 관리 사업의 일환이다. 노인(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37.1%에 이르는 평창은 일찍이 초고령 사회에 접어들었다. 이를 대비해 “아프기 전에 관리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이 사업은 올해로 11년째에 접어들었다. ‘아이 없는 유모차’를 보행 보조 도구로 밀고 다니는 어르신이 없도록 하자는 게 최우선 목표다. 당뇨병·고혈압 등 만성 질환은 물론, 거동이 힘들어지는 걸 막기 위해 운동을 시키고 영양 상황도 체크해준다. 농사짓는 어르신들을 위해 한여름과 한겨울 농한기 때 3~6개월짜리 프로그램으로 진행되는데, 마을마다 어르신 10~15명을 선별한 뒤 마을회관이나 경로당에서 일주일에 두 번씩 운동이나 꽃꽂이·도예 교육 등을 제공한다. 국선도 강사 송씨는 “수술한 무릎이 또 고장 날까 봐 무서워 무릎을 잘 구부리지도 못하던 분이 나중엔 스쿼트 할 정도까지 되는 경우도 봤다”고 했다.

이 프로그램을 시작한 장일영 성균관대 삼성융합의과학원 교수와 서울대 공동 연구팀이 지난달 국제 학술지 ‘자마 네트워크’에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노쇠 예방 집중 관리 프로그램’에 6개월간 참여한 노인들은 이후 진료비가 대폭 낮아졌다고 한다. 장 교수와 손호준 서울대 의대 교수, 지성환 성균관대 삼성융합의과학원 연구원이 참여한 이 연구는 노쇠 예방 관리 프로그램의 효과를 비용으로 환산해 낸 첫 연구다. 프로그램 참여 노인 187명을 대상으로 이후 5년 6개월간 1인당 진료비 지출액을 추적해본 결과, 비(非)참여 노인(196명)에 비해 877만원을 덜 지출했다. 해당 프로그램에서 노인 1인당 쓴 비용이 99만5000원인 점을 감안하면 투입 대비 약 9배의 효과를 본 셈이다. 이 100만원도 안 되는 비용엔 공중보건의·공무원 인건비 등까지 포함돼 있다. 또 프로그램 참여자는 사망하는 시기나, 치매·뇌혈관 질환으로 혼자서 일상생활이 어려울 때 받게 되는 장기 요양 급여 수령 시기가 비참여자보다 평균 6.5개월 늦은 것으로 나타났다. 장일영 교수는 “프로그램 종료 후 첫 3년간은 입원비나 응급실 내원비가 줄어들었고, 그 이후부터는 장기 요양 비용이 감소했다”며 “현재 우리나라 노인 10%에만 적용해도 진료비 9조원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번 실험의 성공으로 평창군은 더 많은 노인을 해당 프로그램에 편입시킨다는 계획이다. 박건희 평창군 보건의료원장은 “보통 어르신들이 만성 질환이 없으면 의료비가 1년에 50만원, 만성 질환이 있으면 200만원으로 늘어나는데, 합병증이 생기면 2000만원까지도 된다”며 “우리는 더 많은 어르신들이 의료비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