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가 분만 중지 사실을 알리며 홈페이지에 올린 안내문/예담산부인과

대전 서남권에서 2007년부터 지역 산모 분만을 책임져 오던 한 산부인과 병원이 다음 달 19일부터 자연분만과 제왕절개 등 분만 진료를 중단키로 했다고 산모들에게 공지를 보냈다. 산부인과 학계는 점차 줄어드는 분만 건수로 병원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최근 분만 과정과 얽힌 법정 분쟁이 이어지면서 분만 병원을 유지하려는 의사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해당 병원은 입장문에서 “우리 병원은 2007년 개원한 이래 관저동·가수원동·진잠동 일대와 계룡시, 논산 지역의 분만을 18년간 담당해 왔다”며 “하지만 수년 전부터 출산율이 급격히 감소해 2024년 합계 출산율이 0.748명이 됐다. 낮은 출산율로 인한 어려운 상황에서도 이 지역 분만을 담당하려 노력했으나, 이제는 24시간 병원을 운영하기가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병원은 “진료받고 계신 많은 산모 분께 끝까지 책임을 다하지 못한 점에서 고개 숙여 사과한다”면서 “검사 결과지를 요청해 주시면 전원하실 수 있게 신속하게 준비해 드리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가까운 분만 가능한 병원의 목록을 첨부하기도 했다.

해당 병원처럼 출생아 수 감소로 분만 병원 경영 자체가 어려운 경우는 이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난해 이뤄진 분만을 지역별로 분석한 결과 251개 시·군·구 가운데 연간 분만 건수가 10건 미만인 곳이 38.6%인 97곳에 달했다. 애초에 분만 병원이 유지되기가 힘든 지역이 그만큼 많단 뜻이다. 실제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분만이 이뤄진 병원을 확인한 결과 428곳으로 10년 전의 675개에 비해 36.6%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학계에선 출산율 감소 이외에도 갈수록 커지는 법적 리스크가 분만 병원을 유지하기 어렵게 만든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 최근 분당서울대병원의 산부인과 교수와 전문의 한 명은 2018년 집도한 분만으로 소송을 당했고, ‘경미한 과실’이 있었단 이유로 법원으로부터 6억5000만원의 배상 판결을 받았다. 부산 지역 분만병원에서 일하는 한 의사는 “산과는 태어나는, 또는 태어날 아이가 잘못되면 아이의 여명(餘命)까지 고려해 법적 판결을 받게 되는데, 이럴 경우 부담이 다른 과에 비해 훨씬 커진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