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도심에서 지난달 다친 고등학생을 태운 구급차가 진료 가능 병원을 찾지 못해 결국 학생이 숨진 사건과 관련해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이 “(의사가) 생명에 대한 기본 윤리를 저버린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 사건은 발생 약 한 달 뒤인 지난 18일에야 뒤늦게 알려졌는데, 이와 관련해 의료계 내부에서 자성 목소리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회장은 19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부모 입장에서 생각하면 입이 백 개라도 할 말이 없는 참사”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부산소방재난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오전 6시 17분쯤 부산의 한 고등학교에서 A(18)군이 쓰러진 채 발견됐다. 당시 출근하던 교사가 발견해 119에 신고했는데, 외상이 없어 이 교사와 119는 A군이 건물에서 추락한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고 한다.
A군은 경련과 호흡 곤란 등을 겪었고, 119는 8곳의 병원에 전화했으나, 대부분은 ‘소아신경과 진료가 필요한데 소아신경과 전문의가 없어 받을 수 없다’고 했다고 한다. 그러는 동안 1시간이 흘렀고, A군은 결국 심장이 멈췄다. 이후 심폐소생술을 받으며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다.
이 회장은 “응급상황에서 생명을 구하는 ‘ABC’ 원칙은 의사라면 가장 기본으로 배우는 것”이라며 “Airway(기도 확보), Breathing(호흡 보조), Circulation(순환 유지·맥박과 혈압 상태 평가 및 유지)을 대도시에서 제공받지 못해 사망한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그는 “ABC 기본 그 상황에서 우선 신경외과면 어떻고 응급의학과면 어떻고 일반의라도 무엇이 어떻냐”며 “굶어 죽어가는 사람 우선 밥은 먹이고 봐야지”라고 했다.
이 회장은 “ABC 유지는 말 그대로 기본이고 그것이 불가능한 병원은 하나도 없는데, D(Drug)가 없다는 핑계로 기본 ABC를 거부해 아이가 죽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식당이 최종 조미료 한 가지 없다고 밥 굶어 죽어가는 사람을 밥 안 주고 굶겨 죽인 것과 같다”고 했다.
이 회장은 19일 본지 통화에서 “응급구조사는 환자가 무엇 때문에 의식을 잃었는지 알 수가 없다”며 “어느 응급 기관이든 의식이 없고 위중한 환자에게 ABC 조치를 취했어야 하고, 그 이후 검사를 통해 전원을 하든지 했어야 한다”고 했다. 병원들이 소아신경과 전문의가 없다는 이유로 환자를 받지 않은 것을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회장은 “병원 잘못이라기보다는 현재의 응급 시스템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라며 “응급구조사가 처음부터 모든 걸 판단해서 최종적인 치료를 할 수 있는 기관에 보낼 수는 없다”고 했다. 이어 “18세면 사실상 성인인데, 부산 그 큰 도시에서 소아신경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이유로 죽었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했다. 환자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이뤄지기 전에 응급실에서 기본 처치가 이뤄져야 하고, 전원 등은 그 이후에 이뤄져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으로 해석된다.
이 회장은 2018년부터 경기도의사회장을 맡고 있다. 경기도의사회는 서울시의사회와 함께 대한의사협회(의협) 산하 시·도 의사회 16곳 중 규모가 가장 큰 곳이다.
한편, ‘병원들 입장에선 어쩔 수 없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경기도 의정부백병원 가정의학과 양성관 과장(전문의)은 이날 SNS에 “경련 치료는 경련이 멈추면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원인에 따라 필요한 전문의가 달라지고, 경련을 멈추고 원인까지 완벽하게 치료하려면 병원은 사실상 올스타팀을 갖춰야 한다”고 썼다. 양 과장은 “그런데 한국의 법원은 ‘응급이라도, 그 분야 세부 전문의가 아니면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며 법원 판례를 예로 들었다. 응급소아외과 환자에게 휴가 중인 소아 외과 세부 전문의 대신, 외과 전문의가 수술 후 결과가 안 좋다는 이유로 10억원의 손해배상금을 물게 된 사례였다.
양 과장은 “병원들은 학생을 받지 않았다. 의사가 없어서가 아니었다”며 “법원의 기준을 충족할 자신이 없어서였다”고 했다. 이어 “법이 100%를 요구하자, 90%를 할 수 있는 의사들이 모두 퇴장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