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미(41)씨는 지난해 난임 치료를 받았다. 기초 검사와 난자 채취 등을 위해 열 번 이상 병원에 다녀왔다. 이후 세 차례 난임 시술을 거쳐 어렵게 임신에 성공해 올 5월 출산했다. 이씨는 “병원에서 자연 임신이 어려울 것 같다는 말을 듣고 곧바로 난임 시술을 했는데도 잘 되지 않아 힘들게 아기를 품에 안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난임 진료비가 5000억원을 처음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급여 진료를 제외한 건강보험 진료비만 따진 것으로 난임 진료비가 5000억원을 넘은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7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난임 건강보험 진료비는 총 5555억1400만원이었다. 정자·난자 채취와 배아 이식 등 건강보험 급여 진료비만 포함된 금액이다. 유전자 검사 등 비급여 진료비(환자 100% 부담)는 제외한 금액이기 때문에 실제 국민이 지난해 난임 치료에 쓴 돈은 이보다 더 클 것으로 보인다. 난임 진료비는 2018년 2277억원에서 2023년 4012억원이 돼 배 가까이로 증가했고 1년 만에 다시 1500억여 원이 늘었다.
난임 진료비가 급증한 것은 건보 지원 확대 등 치료 문턱이 낮아진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2018년엔 부부당 최대 10회만 건보 지원을 받을 수 있었는데 2021년 21회, 작년 2월엔 25회로 확대됐다. 작년 11월엔 ‘출산당 25회’로 더 늘어났다. 부부가 첫아이를 가질 때 25회 지원을 받았더라도, 둘째·셋째를 가질 때도 25회씩 지원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와 별도로 일부 비급여 진료에도 정부가 지원하는 부분이 있다. 여기에 쓴 정부 예산은 2022년 917억원에서 지난해 1457억원으로 늘었다.
난임 시술 지원 외에도 신생아 특별 공급 주택이나 아동 수당 확대 등 출산 유인이 커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혼인·출산 연령이 전반적으로 늦어진 것도 주원인이다. 고령일수록 자연 임신이 어려워 난임 치료를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 여성의 출산 연령은 2018년 32.8세에서 지난해 33.7세로 올랐다. 35세 이상 고령 산모 비율은 같은 기간 32%에서 36%로 증가했다. 전체 난임 진료 건수 가운데 40대 진료 비율도 2018년 25.5%에서 지난해 40.3%로 껑충 뛰었다.
난임 치료를 받는 고령 여성은 늘고 있지만 고령일수록 성공률은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2년 전체 난임 시술 성공률은 30%인데, 40~44세는 24%, 45세 이상은 6%에 그쳤다.
일부 난임 병원으로 환자가 쏠리는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평원에 따르면 전체 난임 시술(약 50만건)의 절반(22만5000건)가량이 20개 병원에서 이뤄졌다. 난임 시술 지정 병원은 전국적으로 269곳이다.
시술 건수 상위 20곳은 서울 6곳, 경기 8곳으로 대부분 수도권이었다. 상위 5개 병원으로 좁히면 전체 시행 건수의 23.2%(10만9000건)를 차지했다.
이렇게 소수 병원에 환자가 몰리는 건 병원별로 구체적 정보가 공개되지 않기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병원의 난임 시술 성공률이 공개되지 않아 결국 ‘유명한 큰 병원’으로 쏠림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방 병원에서 난임 치료를 받다 서울 지역 병원으로 옮긴 조수연(38)씨는 “난임 시술 환자들은 온라인에서 정보를 주로 찾는데, 결국 후기가 많은 서울의 큰 병원을 선택하게 되더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