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뇌사 상태가 아니더라도 연명 의료 중단 후 심정지로 사망한 환자도 장기 기증을 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한다. 장기 기증 희망 등록을 늘리기 위해 등록 기관도 2배 가까이 늘린다.
보건복지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제1차 장기 등 기증 및 이식에 관한 종합 계획(2026~2030)’을 16일 발표했다.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사람은 많은데, 기증자가 적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첫 종합 대책이다. 이를 통해 장기 기증 희망 등록률을 지난해 3.6%에서 2030년 6%까지 올린다는 계획이다.
대책 가운데 가장 큰 변화는 연명 의료 중단 환자를 대상으로 ‘심정지 후 장기 기증’(DCD·Donation after Circulatory Death)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현재 국내에서 장기 기증은 ‘뇌사자’만 할 수 있다. 뇌사 기증자는 2020년 478명에서 작년 397명으로 줄어든 반면, 장기이식 대기자는 같은 기간 4만3182명에서 5만4789명으로 급증했다. 매일 8.5명이 장기이식을 기다리다 사망한다. 이에 장기 기증 대상을 연명 의료 중단자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이다. 이형훈 복지부 2차관은 “이를 위해선 연명의료법과 장기이식법의 개정이 필요한데, 22대 국회에서 논의되도록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명 의료는 회생 가능성이 없는 말기·임종기 환자가 인공호흡기 착용 등 생명을 연장하는 치료를 받는 것이다. 최근 들어 불필요한 연명 치료를 받지 않겠다고 미리 서약하는 ‘사전 연명 의료 의향서’가 확산하는 추세다. 정부가 도입하려는 DCD는 연명 의료를 중단한 환자의 심장이 멈추면 일정 시간 재박동 여부를 확인한 뒤 의사가 사망 판정을 내리고, 장기를 적출해 이식하는 방식이다. 가족이 장기 기증에 동의한 경우 진행한다.
복지부에 따르면, 해외 선진국에서는 DCD가 보편화된 제도다. 스페인과 네덜란드, 스위스 등에서는 뇌사자 기증보다 DCD가 많이 이뤄지고 있으며, 미국·영국도 최근 5년 사이 DCD 기증이 늘어 뇌사자 기증과 비슷한 수준까지 증가했다.
정부는 앞으로 DCD 제도가 시행되면 연간 최대 700건의 추가 장기 기증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희선 복지부 혈액장기정책과장은 “우리나라는 뇌사 판정에만 2~3일씩 걸릴 정도로 절차가 까다롭기 때문에 그 사이 뇌사자가 사망해 장기 기증이 이뤄지지 못하는 경우가 최대 200명까지 발생할 수 있다는 연구가 있다”면서 “현재 뇌사자 1명당 평균 3.5개 장기를 기증하는데, DCD를 도입하면 기증 장기 수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장기이식을 위해 연명 치료 중단을 압박하는 경우가 나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정통령 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심정지 확인 절차 등을 포함해 생명 윤리 문제를 충분히 고려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장기이식 때 유가족 동의 절차를 개선하는 방안도 논의할 예정이다. 현재는 장기 기증자가 생전에 기증 의사를 문서로 작성했더라도, 배우자나 직계 존·비속 등 ‘선순위’ 유가족 1명의 동의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 여기서 ‘선순위’ 기준을 삭제하는 등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장기 기증을 활성화하기 위해 장기 기증 등록 기관을 현재 462곳에서 2030년까지 904곳으로 늘린다. 지금은 병원이나 보건소만 등록 기관인데, 주민센터, 도로교통공단 등도 등록 기관으로 지정하기로 했다.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이식 가능한 장기도 확대할 예정이다. 현재 신장, 간, 심장 등 16종에서 자궁 등 새로운 장기를 추가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장기 기증자에 대한 사회적 예우도 강화한다. 현재 정부는 장기 기증 유가족에게 장례비를 최대 540만원 지원한다. 앞으론 현판 설치, 감사패 수여 등도 추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