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에 있는 한 상급 종합병원의 원장 A씨는 요즘 입원 환자 식대(밥값) 문제가 가장 큰 고민거리라고 한다. 병원이 입원 환자들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대가로 받는 식대를 정부가 정해 주는데, 치솟는 물가 상황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계속 적자를 보기 때문이다. A씨는 “지난해에만 우리 병원 식대 적자가 14억9700만원”이라며 “그런데 올해는 더 커질 전망이어서 정말 걱정”이라고 했다.
병원들이 ‘밥값 적자’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환자 식대는 보건복지부가 매년 말에 다음 해 가격을 정하도록 돼 있다. 가령 올해 식대는 지난해 연말 복지부가 2023년 물가를 반영해 책정한 것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정부는 실제 식자재 물가에 해당하는 신선 식품 지수가 아니라 전체 물가 평균인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참고한다. 그러다 보니 올해 식대가 한 끼 5530원(상급 종합병원 기준)으로 전년보다 3.6% 늘긴 했지만, 신선 식품 지수 상승 폭 6.8%(2023년 기준)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지난해에는 신선 식품 지수가 14년 만에 최고치인 9.8% 올라 밥값 적자 폭을 키우고 있다.
따라서 병원이 환자들에게 받는 식대로는 실제로 식사 준비에 쓴 비용을 충당하기가 어렵다. 연세대 보건대학원이 2014년 전국 병원을 조사해 보니 ‘식대 원가 보전율’은 86% 수준이었는데, 최근엔 60%대까지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수도권의 한 병원장은 “서울 자장면 가격 평균이 7600원, 김치찌개 백반은 8600원인데 5530원으로 어떻게 식사를 제공하냐”고 했다.
아울러 저소득층 입원 환자를 위한 의료 급여 식대는 병원 부담을 더욱 키우는 요소로 꼽힌다. 현행 의료급여법은 저소득층에 한해서 입원 환자 식대를 본인이 20%만 부담하는 대신 이들의 기준 식대는 낮게 책정하고 있다. 올해 기준 의료 급여 식대는 한 끼당 4230원으로 상급 종합병원보다 1300원 싸다. 병원으로선 같은 밥을 주면서 더 낮은 가격을 받아야 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