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산부인과 의원 10곳 중 9곳은 분만을 전혀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모들은 응급 상황을 우려해 큰 병원을 선호하고, 산부인과 의원들은 수가가 낮고, 의료사고 우려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분만 자체를 기피하기 때문이다.

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미애(국민의힘)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의원급 산부인과는 전국에 1334곳으로, 이 중 89%(1185곳)가 올 들어 8월까지 분만에 대한 건강보험 청구를 전혀 하지 않았다. 이 병원들에서 분만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분만을 하지 않는 산부인과 의원 비율은 2019년 83%에서 꾸준히 늘고 있다.

지역 내 모든 산부인과 의원이 분만을 하지 않는 곳도 있었다. 광주광역시는 산부인과 의원 35곳 전부가, 전남은 19곳 전부가 연간 분만이 0건이었다. 의원은 병상 수가 29개 이하인 의료 기관이다. 광주·전남 지역에선 분만이 모두 대형 병원에서 이뤄졌거나, 다른 지역으로 원정 분만을 갔다는 것이다. 대구광역시는 산부인과 의원 76곳 중 분만을 한 의원이 단 1곳에 그쳤다. 대구에서는 99%의 산부인과 의원이 분만을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서울도 산부인과 의원 401곳 중 6%(23곳)만 분만이 이뤄졌다.

병원 규모가 클수록 분만이 이뤄지는 비율이 높았다. 산부인과가 있는 전국 상급 종합병원 47곳은 암 치료에 특화된 화순전남대병원 1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분만이 이뤄졌다. 산부인과가 있는 일반 종합병원은 286곳 중 26%(78곳)에서만 분만이 이뤄졌다.

의료계에선 산부인과 의원의 분만 기능이 급격히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부인과 의원들이 응급 상황이 생기거나 의료사고 우려가 있는 분만실 운영 대신 부인과 질환 진료나 시술 중심으로 운영을 바꾼다는 것이다. 산부인과 간판은 달고 있지만 아이를 낳을 수는 없는 곳이 계속 늘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일부 지역에선 큰 병원이 있는 다른 지역으로 ‘원정 출산’을 가야 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