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6학년 A군은 지난해 초부터 수업에 집중을 못 할 뿐 아니라 사소한 일로도 부모에게 신경질을 내는 일이 잦아지기 시작했다. 부모는 혹시 몰라 A군을 정신과에 데려갔는데, ‘소아 우울증’이란 진단이 나왔다. A군 부모는 “단순히 사춘기가 일찍 왔다고 생각했고, 친구들과도 잘 지내 우울증을 전혀 의심 못 했다”며 “결국 약까지 처방받아야 했다”고 했다.
우울증 약을 처방받는 초등학생이 3년 사이 2배 이상으로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아이들 정신 건강에 ‘빨간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이다. 30일 국회 보건복지위 서영석(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항우울증제를 처방받은 초등학생(7~12세)은 3만8303명으로 2021년(1만8769명)의 2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중·고교생(13~17세)은 약 73%(5만6845명 → 9만8502명) 늘었다. 인원수는 중·고교생이 많지만, 증가세만 따져보면 초등학생이 더 가파른 셈이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신의진 세브란스병원 소아정신과 교수는 “정서 장애를 겪는 아이들이 계속 늘어나는 추세”라며 “요즘엔 초등학생 때부터 조기교육이나 선행학습을 시작하면서 아이들이 너무 일찍 학업 스트레스에 노출된 것도 영향을 줬을 수 있다”고 했다.
항우울제를 처방받은 초등학생을 포함해 항정신병·항우울제·항불안제·수면제(최면 진정제) 등 정신과 약물을 처방받은 17세 이하 전체 환자는 지난해 51만7882명으로 집계돼 처음으로 50만명을 넘겼다.
특히 청소년 중에선 여학생 환자가 더 많았다. 여학생의 항우울제 처방 인원은 2021년 3만3864명에서 2024년 5만9282명으로 75% 늘었고, 항불안제 처방은 같은 기간 4만5899명에서 5만6622명으로 23% 증가했다.
서영석 의원은 “복지부는 아동 정신 건강 관리 체계를 전면 재점검하고, 조기 개입과 심리 치료를 위해 학교·지역사회가 연계된 종합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