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의 중추라 할 수 있는 40대들의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남성은 비만 환자 비율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여성 역시 전 연령 중 유일하게 비만율이 증가했다. 당뇨병 등 성인병도 크게 늘었다.
30일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2024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주요 결과’에서 40대 남성의 비만 유병률(체질량지수 25 이상 비율)이 61.7%로 나타났다. 40대 남성 10명 중 6명은 비만 환자라는 뜻이다. 전년보다 11.5%포인트 늘었을 뿐 아니라, 이 조사를 시작한 1998년 이후 처음으로 60%를 넘었다. 30대(49.1%)와 50대(48.1%) 남성 비만율이 1.3%포인트, 1.8%포인트씩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40대 여성도 상황이 좋지 않긴 마찬가지다. 작년 전체 여성 비만율은 26.2%로 전년 대비 1.6%포인트 낮아졌는데, 40대 여성(25.7%)은 오히려 1.2%포인트 늘었다.
오상우 동국대 의대 가정의학과 교수는 “직장에서 관리자로 올라서는 40대는 사회 활동이 가장 활발해지고 각종 스트레스가 급격히 늘어, 비만이 생기기 쉽다”며 “이럴 때 식습관 관리와 운동 등으로 비만을 치료하지 않으면 고혈압·당뇨 등 각종 성인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결혼 전만 해도 60㎏ 중반 몸무게를 유지하던 곽모(41)씨. 40대에 접어든 이후 줄곧 체중계에 80이 찍힌다. 체질량지수(BMI·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 27로 병원에서 ‘비만’ 판정을 받았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 범위를 넘어섰고, 지방간도 있다. 곽씨는 “운동도 꾸준히 하고, 체중도 조금 줄여본 적도 있는데 회식·스트레스 등으로 많이 먹다 보니 다시 살이 쪘다”면서 “이제는 만성 질환이라고 생각하며 약을 먹고 있다”고 했다.
40대 남성 10명 중 6명이 비만일 정도로 비만율이 높아짐에 따라, 성인병 발병률도 높아지고 있다. 3대 성인병으로 꼽히는 고혈압·당뇨·고지혈증(고콜레스테롤혈증)에서 40대 남성은 모두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고혈압 유병률은 27.8%로 전년 대비 4.3%포인트 증가했다. 당뇨병은 13.7%(2.4%포인트 증가), 고지혈증은 27.5%(5.0%포인트 증가)를 기록했다.
40대 여성 역시 고혈압과 당뇨병 환자가 각각 2.3%포인트, 0.8%포인트 증가했다. 통상 해당 질환이 여성들에게선 폐경기 이후에나 급증하는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수치라는 평가다.
우리 국민의 전체 성인병 유병률 역시 고지혈증은 23.6%(2.7%포인트 증가), 고혈압은 22.2%(2.2%포인트 증가), 당뇨병은 10.6%(1.2%포인트 증가)를 기록하는 등 모두 증가세를 보였다.
40대가 이미 안 좋은 결과가 나타나기 시작하는 연령대라면, 30대는 그 전조(前兆) 격인 생활 습관에서 부정적인 요소가 두드러졌다. 먼저 30대 여성의 고위험 음주와 폭음이 두드러지게 증가했다. 각각 12.6%와 35.9%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3.1%포인트, 3.8%포인트 올랐다. 질병청에선 주 2회 이상 폭음하는 사람을 고위험 음주자로 분류한다. 폭음은 한자리에서 남성이 소주 7잔(맥주캔 7개)·여성이 5잔(맥주캔 5개) 이상 마신 경우를 가리킨다.
특히 학계에선 과도한 음주가 정신 건강과 직결된다고 보는데, 실제 30대 여성 중 8.3%가 우울 장애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대 이하 여성의 우울증 유병률(8.7%)과 더불어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해국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최근 20·30대 여성의 자살 시도율이 굉장히 높은데 음주율을 관리하는 것만으로 괜찮은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음주는 늘었지만, 흡연율은 16.7%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2.9%포인트 줄었다. 다만, 액상형 전자담배(4.9%·0.4%포인트 증가), 궐련형 전자담배(7.2%·1.1%포인트 증가)는 소폭 증가했다. 임승관 질병청장은 “최근 비만, 당뇨병 등이 늘고 있으나 해당 질병의 치료율 등 관리 지표와 흡연율은 개선되고 있다”며 “만성 질환의 중증화 예방을 위해서 보다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질병청은 매년 전국 192개 지역의 4800가구, 약 1만명을 대상으로 건강·영양 표본 조사를 실시해 발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