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생활 4년 차 오모(28)씨는 입사 때만 해도 ‘결혼은 해도 아이는 안 낳겠다’고 생각했다. 일하는 데 아이가 방해가 될 것 같아서다. 그런데 이젠 생각이 바뀌었다. 오씨는 “주변 선배들을 보니 애가 있어도 다들 일 잘하더라”며 “애가 있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오씨처럼 결혼과 자녀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젊은 층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는 24일 이런 내용의 ‘결혼·출산·양육 인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8월 전국 만 25~49세 남녀 2800명을 설문 조사한 것이다.

조사 결과, 결혼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비율은 74.5%로, 작년 3월 70.9%에서 3.6%포인트 늘었다. ‘자녀가 있어야 한다’는 응답도 작년 3월 61.1%에서 올해 8월 70.8%로 10%포인트 가까이 올랐다.

특히 미혼 남녀 사이에서 결혼과 자녀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크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에 대해 긍정적인 미혼 남녀는 작년 3월 55.9%에 그쳤는데, 이번 조사에선 62.6%로 올랐다. ‘자녀가 있어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 역시 같은 기간 50%에서 61.2%로 올랐다.

전체 응답자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자녀 수는 평균 1.8명으로, 작년과 같았다.

출산을 위해 필요한 조건으로 가장 많이 꼽힌 것은 ‘소득이 좀 더 많다면’(34.6%)이었다.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면’(22.3%)과 ‘유연 근무를 할 수 있다면’(19.7%)이 그 뒤를 이었다. ‘유연 근무’는 시차 출퇴근, 재택 근무 등 근무시간과 장소를 조정할 수 있는 제도다. 저고위 측은 “경제적 조건과 일·가정 양립 개선이 자녀를 출산할지 결정하는 핵심 요인이라는 점이 확인됐다”고 했다.

이날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 7월 출생아 수는 2만1803명으로 작년 7월부터 13개월째 증가세를 이어갔다. 같은 달 혼인 건수는 2만394건으로 7월 기준 2016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