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박상훈

한국에 체류하면서 건강보험료를 납부하는 외국인들의 보험료 체납액이 올해 5월말 이미 지난해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확인됐다. 외국인들이 건강보험으로부터 받는 진료비가 빠르게 늘어가고 있는 가운데 체납액의 규모가 커지면서 외국인 건보 가입자 관리 체계에 대한 정비가 시급하단 목소리가 나온다.

1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미애 의원(국민의힘)이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5월 25일 기준 외국인 가입자의 체납액이 35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5개월만에 지난해 연간 체납액 308억원을 넘어선 셈이다.

외국인 건보료 체납의 특징은 체납액 상위 3국 출신이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점이다. 국적별로 나누면 중국 출신이 109억원, 베트남이 45억원, 우즈베키스탄 40억원으로 상위 3국에 올랐다. 뒤를 이어 인도네시아 19억원, 미국과 일본이 각 15억원, 몽골과 러시아가 각 11억원 순이었다.

다만 체납액 기준 최대라는 불명예를 차지한 중국은 체납 세대 비율면에선 3.7%로 높지 않은 편이었다. 가입자 자체가 많아서 체납액이 커졌을 뿐 건보에 가입한 전체 세대에서 체납한 세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적었단 뜻이다. 체납 세대 비율에서 1위를 차지한 국가는 인도네시아로 15.4%의 세대가 건보료를 체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우즈베키스탄(14.6%), 일본(11.9%), 몽골(10.2%) 등이 뒤를 이었다.

일각에서는 올해 4월 외국인의 건보료 체납에 대한 규정이 완화된 것이 체납액 증가를 이끌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초 건강보험법은 외국인이 건보료를 체납하면 곧장 보험급여를 제한하도록 규정하고 있었지만 헌법재판소는 이런 규정이 외국인 차별에 해당한다며 헌법불합치 판정을 내렸다. 이 때문에 복지부는 체납 이후 한 달의 유예기간을 주는 방식으로 법을 바꿨다. 투자자·교수·연구원 등 체류 기간이 5년 이상 인정되는 특정 비자를 받는 이들에게는 두 차례의 체납까지는 허용해주는 규정도 신설했다.

문제는 체납액이 늘어나는 속도보다 더 빠른 속도로 진료비 지출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외국인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은 1조3925억원으로 2020년 9186억원과 비교하면 51.6%가 늘었다. 같은 기간 내국인의 진료비 지출이 34% 오른 것과 비교하면 그 속도가 매우 가팔랐다. 내국인 진료비 역시 급속한 고령화로 지출 증가 속도가 빠르다는 지적을 받는 상황에서 외국인의 지출이 더 빨리 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외국인은 건보 진료비 지출 가운데서도 입원과 약국 지출보다 외래비 지출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기준 외국인의 외래 급여비 지출 비중은 44%로 입원(37%), 약국(18.9%)보다 높았다.

외래비 지출이 많다는 것은 적극적으로 병문을 방문하고 있다는 뜻이다. 내국인은 입원비와 외래비의 지출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데 외국인은 외래 비중이 꾸준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외래의 비중은 매년 늘어나는 추세였다.

김미애 의원은 “외국인 건보 가입자가 반복적인 외래 진료를 통해 진료비 지출액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체납액 관리는 되고 있지 않는 실정”이라며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을 위해 체납 관리와 부당 청구·점검 확대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