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친절한 엄마가 되도록 최선을 다 할 거예요. 아이들 걱정은 하지 마세요.(I will do my best to be a kind mother to our children. Don’t worry about them.)”
11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이 유튜브에 공개한 영상 편지에서 이시나씨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담담히 말했다. 이씨는 “남편은 내 인생에서 만난 사람 중 최고였고, 가장 친절한 사람이었다”며 “사랑스러운 아빠, 사랑스러운 남편이었다. 최고의 아빠였다”고 했다.
그의 남편 이용훈(48)씨는 지난 7월 6일 인천 계양구의 한 도로에서 맨홀 작업을 하다 뇌사 상태에 빠졌다. 남편 이씨는 오·폐수 관로 조사업체를 운영하던 대표였다. 그런데 맨홀 조사 작업을 하던 도중 맨홀 안에서 작업자가 쓰러졌고, 이 장면을 본 이씨가 그를 구하러 맨홀 안으로 들어갔다가 함께 변을 당했다. 가스 중독이었다.
멈춘 심장은 심폐소생술로 되살렸지만, 뇌사 상태에 빠져 중환자실에 들어갔다. 결국 일주일여 뒤인 지난 7월 14일 인하대병원에서 간과 양쪽 신장을 각각 3명에게 기증하고 세상을 떠났다. 맨홀에서 쓰러졌던 작업자도 결국 숨졌다.
이씨는 대구에서 2남 2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선천적으로 한쪽 눈이 안 보이는 시각 장애인이었다. 어릴 때부터 무언가를 만드는 것을 좋아해 목공을 배우거나 가구 배달 등을 했고, 약 10년 전부터는 지금 하는 관로 조사업을 해 왔다고 한다. 필리핀인인 아내와 결혼했고, 4개월 된 막내를 포함해 다섯 아이를 둔 아빠였다.
큰 누나 이정화씨는 “동생이 한 쪽 눈이 안 보이는 것 때문에 힘든 사람이 있으면 (평소에도) 도와주려는 마음이 있었다”며 “동생도 기꺼이 허락했을 거라고 생각하고 저희가 (장기 기증을) 결정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이 자라서 아빠를 기억할 때 다른 사람의 생명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도와주는 분으로 기억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기증을) 결정했다”고 했다.
숨진 이씨는 가정적인 남편, 아빠였다. 아이들을 위해 자주 캠핑을 갔고, 아이들과 아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었다. 마지막 캠핑은 지난 5월 24일, 숨진 이씨의 생일이었다. 아이들 숙제와 스케줄을 엑셀표로 만들어 정리할 정도로 꼼꼼하고 자상했다. 소식을 들은 학교 선생님들은 “아이들에게 하나하나 관심을 쏟는 좋은 아빠였는데,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고 한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는 “아빠가 다른 사람들을 돕는 좋은 일을 했다”고 설명했다. 첫째딸 아이야는 영상 편지에서 “최고의 아빠였고, 슈퍼맨이었다”고, 둘째딸 에이린은 “아빠를 사랑하고, 보고 싶다”고 했다. 넷째인 큰 아들은 매일 매일 “아빠가 보고 싶다. 아빠와 놀고 싶다”며 엄마를 보챈다고 한다.
부인 이시나씨는 “마할 나 마할 키타(mahal na mahal kita)”라고 말했다. “당신을 정말 정말 사랑한다”는 뜻의 필리핀어다. 부인 이씨는 “남편이 가장 좋아했던 타갈로그어였다”며 “언젠가 다시 볼 수 있도록 열심히 살아가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