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초반인 민모씨는 지난해 말 입대를 앞두고 병무청의 입영판정검사를 받았다가 ‘마약 사범’이 됐다. 입영 예정자들을 대상으로 소변을 통한 마약 간이 검사를 실시했는데, 여기서 대마초 성분이 검출된 것이다. 민씨는 경찰 조사에서 “술집에 갔을 때 누군가가 새로운 맛의 담배라고 건네준 걸 피웠을 뿐”이라고 억울함을 주장했지만 결국 검찰로 송치됐다. 민씨는 지난해 7월부터 병무청이 입영 예정 장병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마약 간이 검사를 통해 검찰에 송치된 두 번째 대상자다.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손쉽게 마약을 구매하고 배송받는 국내 10·20대가 최근 늘어나면서, 이들을 인력 자원으로 활용하는 군(軍)도 비상이다. 특히 마약 사용자들의 군 내 증가를 막기 위해 지난해 7월부터는 입영 날짜가 정해진 대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마약 간이 검사까지 미리 실시하고 있다. 지난 25일 국회 국방위 강대식 의원(국민의힘)이 국방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이후 현재까지 입영 장병 대상 검사에서 마약 성분이 검출된 입영 예정자는 7명으로 확인됐다. 해당 조사는 입대를 3~14일 앞둔 예정자들을 대상으로 실시되는데, 현재까지 약 9만여 명이 이 검사를 받았다.
‘입영 예정자를 대상으로 미리 마약 간이 검사를 실시한다’는 사실이 최근 알려지면서 마약 이용자들이 병무청 검사 때 걸리지 않으려고 미리 대비해 적발자가 실제보다 적게 나왔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마약 간이 검사가 1주일 내 마약을 흡입한 경우에 검출된다는 점을 악용한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예비 군인’을 대상으로 한 마약 간이 검사 키트 판매자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심지어 ‘실제 경찰이 사용한다’고 홍보하는 경우도 많다. 해당 제품을 팔고 있는 한 온라인 판매자는 “클럽 등에서 자신도 모르게 마약을 흡입했을 것을 걱정하는 여성들을 위해 검사 키트를 판매했는데, 정작 구매자의 70%가 남성들”이라고 말했다.
강대식 의원은 “국방부 자료를 살펴보면, 2020년 9건 정도였던 군내 마약 사범이 2023년 31건으로 증가하는 추세”라며 “1주일 이내로 검출 가능 기간이 매우 짧은 현행 입영 마약검사를 지금보다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이와함께 “이번에 확인된 7명이란 숫자를 결코 적게 봐선 안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성규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장은 “요즘에는 액상형 전자담배로 위장한 액상 대마가 판을 치고 있다”며 “이제 막 스무살을 넘긴 청년들이 자신도 모르는 상태에서 마약에 노출돼 사용할 수 있게 된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