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일본으로 여행을 갔다가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A씨는 당혹스러운 일을 겪었다.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A씨는 수면제로도 쓰이는 ‘리보트릴’을 국내에서 처방받아 일본에 들고 갔다가 남은 걸 가져왔는데, 세관에 압수당한 것이다. A씨는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이라고 얘기했는데도 안 먹히더라”고 말했다.
A씨가 이런 일을 당한 건 ‘리보트릴’이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마약류관리법에 따르면, 마약류 성분이 함유된 의약품이나 수면제, 각성제, 식욕억제제 등 향정신성 의약품을 국내로 들여오는 것은 불법이다. 우리 국민이 해외여행을 갔다가 현지에서 구입한 것이든, 외국인이 본국에서 사온 것이든 모두 반입이 금지된다. 국내에서 정당하게 처방받은 약품도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 없이 국내로 들고 들어오면 ‘불법 반입’이 된다.
예외적으로 미리 신고하고 승인받은 약품은 반입이 허용된다. 그 때문에 해외에 나갈 때 복용해야 하는 마약류 의약품이 있다면 미리 신고를 해야 한다. 신고는 ‘의약품 안전나라’ 홈페이지에서 할 수 있다. 이름과 여권 번호, 방문 국가, 의약품의 주성분 등을 입력하고 병원 진단서와 처방전도 첨부해야 한다. 승인 처리에는 최장 10일이 걸리는 만큼 여유를 두고 미리 신고하는 게 좋다. 이 경우에도 약품은 최대 3개월 치까지만 들여올 수 있다.
방문하는 국가의 마약류 의약품 반입 규정도 사전에 확인하는 것이 좋다. 우리나라에서 처방받은 약이라도 일부 국가에선 오남용, 불법 유통 문제로 반입을 허용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별 반입 규정은 관세청이 운영하는 ‘해외통관지원센터’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영문 처방전도 챙기는 게 좋다. 해외 입국 과정에서 약품 소지 이유에 대한 증빙 자료로 쓸 수 있다.
일각에선 의사와 약사가 마약류 성분이 들어간 약을 처방할 때는 환자에게 분명하게 알려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환자가 처방받은 약의 성분이 무엇인지, 신고 대상인지 등을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라이터 등 비행기 탑승 시 소지하면 안 되는 물품을 항공사가 알려주는 것처럼, 의약품도 고지해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대리 수령은 코로나 기간에만 잠시 허용···징역형 받을 수도
유명 가수 싸이(본명 박재상·48)가 전문 의약품을 처방받고 매니저를 통해 대리 수령했다가 경찰에 입건된 것과 관련해 28일 “명백한 과오”라고 사과했다. 싸이 소속사는 이날 입장문에서 “싸이는 만성적인 수면 장애 진단을 받고, 의료진 처방에 따라 수면제를 복용하고 있다”며 “수면제를 대리 수령한 경우는 있었지만, 대리 처방을 받은 적은 없었다”고 했다. 싸이가 직접 의료진에게 정해진 용량을 처방받아 수면제를 복용하는 과정에서 제3자가 대리 수령한 일이 있었다는 것이다.
싸이 사례처럼 의료법을 위반할 의사가 없었더라도 의약품을 타인을 통해 수령할 경우 낭패를 볼 수 있다. 지난 2020년 코로나 팬데믹 당시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수면제 등 전문 의약품도 본인이 처방을 받았을 경우 대리 수령하는 게 한시적으로 허용된 적이 있다. 그러나 2021년 11월부터 비대면 진료를 통해 처방할 수 있는 약품에서 수면제 등은 제외하고 대리 수령도 할 수 없도록 규정이 바뀌었다. 이를 모르고 예전처럼 의사 처방은 본인이 받고 약품 수령은 지인에게 부탁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의료법 등에 따르면 직접 처방받은 의약품을 다른 사람이 대신 수령하면 벌금형을 받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처방까지 남이 대신 받으면 무거운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작년 프로야구 선수 출신 오재원씨가 자낙스와 스틸녹스를 후배 야구 선수들에게 대리로 처방받아 약을 수령해 오라고 한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싸이는 약을 받아 오는 것만 매니저에게 부탁했다는 것이어서 오씨와 경우가 다르다는 입장이다.
수면제 등도 예외적으로 대리 수령이 가능한 경우가 있다. 의료법은 환자 거동이 불편하고 질환이 오랫동안 계속돼 환자 상태가 변화할 가능성이 적은 상황 등에선 환자의 직계 가족 등이 약을 대신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