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서울 홍대입구역 근처. 골목길로 들어가자 ‘타투(tattoo·문신)‘라고 쓰인 간판이 간간이 눈에 띄었다. 하지만 실제 타투숍은 훨씬 더 많았다. 간판이 없거나, 입구를 찾기 어려운 타투숍이 상당수여서다. 이곳에서 만난 타투이스트(문신사)는 “타투 자체가 불법이라 간판 걸고 영업하기 쉽지 않다”며 “예약 손님에게만 입구를 알려주고, 그마저도 숍 위치를 6개월~2년마다 옮긴다”고 했다.

지난 33년간 의사가 아니면 불법이던 타투이스트의 문신 시술이 합법화를 앞두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27일 전체회의를 열고 비(非)의료인도 문신 시술을 할 수 있는 ‘문신사법’을 통과시켰다. 이제 국회 법사위와 본회의만 넘으면 된다.

현재는 비의료인이 문신 시술을 할 경우,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상당수 문신사가 음지에서 영업을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발단은 1992년 대법원 판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대법원은 피부에 색소를 주입하는 문신 시술을 ‘의료 행위’로 판단했고, 이후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은 의료법 위반’이란 해석이 일관되게 유지돼 왔다. 지난 2022년에는 헌법재판소가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을 금지한 의료법이 ‘합헌’이란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를 놓고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아왔다. 국내 문신사는 현재 35만명 정도로 추정되고, 문신 시술을 받은 국민만 13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중 문신 시술을 의사에게 받은 비율은 1.4%에 불과하다. 현재 선진국 중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을 금지한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그동안 국내 문신사들은 ‘불법’ 낙인으로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한 타투이스트는 “소득 신고를 할 수 없어, 법적으로 무직 상태가 됐고, 신용 카드도 쓸 수 없었다”고 했다. 안지선 대한문신사중앙회 부회장은 “시술을 받은 뒤 불법으로 신고하겠다며 돈을 뜯어 가는 경우도 왕왕 있다”고 했다.

이날 국회 복지위를 통과한 문신사법은 비의료인에게 문신 시술을 허용하는 대신, 시설·장비 등 일정 기준을 충족하도록 했다. 또 매년 위생 교육과 건강 진단 등을 받도록 했을 뿐 아니라, 시술로 인한 손해 배상에 대비한 책임보험도 의무 가입토록 했다.

그동안 비슷한 법안이 몇 차례 발의됐지만 매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었다. 의료계가 감염과 부작용 위험, 검증되지 않은 염료 사용 등을 문제 삼으며 강하게 반대한 영향이 컸다. 하지만 이번엔 다를 것이란 전망이 많다. 여야 간 이견이 거의 없는 데다, 정부 역시 긍정적 입장을 보이기 때문이다. 국회 관계자는 “비록 의료계가 계속 반발하곤 있지만, 이번 법안에선 의사가 아닌 비의료인에게 ‘문신 제거’ 시술을 허용하지 않는 등 의료계의 우려를 나름 반영한 상태”라며 “별문제 없이 처리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