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환학생으로 독일에 간 대학생 최유석(24)씨는 지난 4월 슈투트가르트시의 한 병원에서 인유두종바이러스(HPV) 예방 백신인 ‘가다실 9가’를 접종했다. 병원에서 백신 처방전을 받은 다음 근처 약국에서 ‘가다실 9가’를 직접 구매했고, 병원에 다시 돌아가 접종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195유로(약 31만7000원)가 들었지만, 실제 부담한 금액은 의사가 주사 놓는 비용 10유로(1만6000원)에 불과했다. 나머지 185유로(30만1000원)는 독일 공보험사로부터 환급받았다. 최씨는 “독일은 한국에 비해 가다실 접종 비용이 크게 저렴해 교환학생 사이에서는 ‘필수 코스’로 꼽힌다”고 했다.

HPV는 자궁경부암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남성에게는 항문암을 유발하고, 생식기 사마귀 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성생활을 시작하기 전인 청소년기나 늦어도 26세 이전에 예방접종을 받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예방법으로 꼽힌다.

우리나라 정부는 12~17세 여성 청소년과 18~26세 저소득층 여성을 대상으로 HPV 백신 비용을 지원한다. 이때 정부가 지원하는 백신은 4가지 바이러스에 효과 있는 ‘가다실 4가′이고, 고위험군 바이러스 5종을 추가로 차단하는 ‘가다실 9가’를 맞으려면 본인이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가다실 9가’는 건강보험에서 지원받지 못하는 비급여 항목으로 병원마다 금액이 다르지만 통상 회당 20만원 안팎을 내야 한다. 총 3회 접종해야 하기 때문에 60만~70만원이 드는 것이다.

독일과 일본 등 해외에선 ‘가다실 9가’ 접종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독일은 교환학생 등으로 체류하면 월 140유로(약 22만8000원) 정도를 내고 공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이 보험에 가입하면 만 26세 이하 남녀는 가다실 9가를 접종 비용인 10유로 정도만 내면 맞을 수 있는 것이다. 일본도 만 26세 이하 여성 유학생이나 워킹홀리데이 비자 체류자들은 건강보험에만 가입하면 가다실 9가 백신을 무료로 맞을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우리나라도 해외처럼 정부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접종 비용뿐 아니라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현재 OECD 회원국 28국 가운데 여성만 HPV 백신 접종을 지원하는 국가는 한국, 일본, 튀르키예 등 3곳뿐이다. 대만은 기존에 여성에게만 지원했었는데 올 9월부터 중학교 남학생에게도 HPV 백신을 무료 접종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