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단 전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 이 지난 3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료현장 정상화를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전공의 수련 환경 문제와 개선 방향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뉴시스

의정 갈등 당시 전공의 단체에서 강경 투쟁을 주도했던 박단 전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이 올해 하반기 전공의 모집공고에서 당초 몸담고 있었던 세브란스병원에 지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 전 위원장은 의정 갈등 초기 전공의들의 목소리를 모아내는 역할을 해냈지만 이후 지나치게 강경한 태도로 전공의와 교수 사이 갈등까지 유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공의들이 병원으로의 복귀를 타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세브란스병원이 강경파의 상징 같았던 그를 받아줄지 여부가 의정갈등이 어떻게 마무리될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22일 세브란스병원 관계자에 따르면 박 전 위원장은 전날 마감된 병원의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지원서를 제출했다. 지원은 원래 근무하던 응급의학과 2년차 레지던트로 했다고 한다.

박 전 위원장은 지난해 2월 윤석열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반발해 사직서를 제출했다. 당시 사직서를 내면서 소셜미디어를 통해 “현장 따위는 무시한 엉망진창인 정책 덕분에 소아응급의학과 세부 전문의의 꿈, 미련 없이 접을 수 있게 됐다”며 복귀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2023년 대전협 회장으로 올랐던 그는 대전협이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면서 비대위원장을 맡았고, 올해 6월까지 단체를 이끌었다. 지난 1월 출범한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회장 집행부에서도 부회장을 겸임하며 전공의의 목소리를 대변했다. 그는 의정 갈등이 장기화되는데 대한 책임론이 대두되고 내부 파열음이 커지자 돌연 사퇴했다.

박 전 위원장의 복귀는 대부분 마감된 수련병원들의 전공의 모집과 관련해 병원 내 갈등을 표면적으로 드러내는 사례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강경파를 대표했던 그가 의사 사회의 선배 및 교수들에 대한 강한 비판을 쏟아내면서 당초 전공의를 지지했던 선배들이 떠나가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는 “수련병원 교수들은 (전공의에 대한) 착취의 사슬에서 중간관리자 역할을 해왔다”든지 “교수라 불릴 자격 없다”는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교수들이 길어지는 의정갈등에 사과를 했다는 이유로 비판을 쏟아낸 것이었다.

병원 안팎에서는 이미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향후 그를 면접하고 채용여부를 결정하는 권한은 기본적으로 응급의학과에 있지만 의사사회가 주목하는 문제가 된 셈이다. 세브란스병원 한 관계자는 “의정갈등 이전에도 다른과와 갈등이 잦았다든지, 응급의학과 후배들의 사직을 부추겼다든지 하는 문제까지 거론되고 있다”며 “교수들 사이에서도 받아줘야 하는지에 대한 토론이 오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대형 수련병원의 교수도 “괘씸한 마음이 들지 않으면 그게 사람이겠느냐”면서 “받아주지 않았을 때 일어날 새로운 분란과 받아줬을 때 또 어떤 갈등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걱정 속에서 고민이 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병원 교수는 “이미 같은 병원 같은 과에서는 누가 특히 강경하게 교수를 욕하고 미리 복귀한 사람을 비난해왔는지 서로 잘 알고 있다”며 “이들을 받아주고 어떻게 같이 생활해나갈지가 앞으로의 진짜 문제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