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에 거주하는 김모(51)씨의 중학생 아들(14)은 지난해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진단을 받았다. 김씨는 “내가 보기엔 증상이 심하지 않은데도 애가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고집해 결국 검사를 받았다”며 “주변 친구들이 ‘공부 잘하는 약’이라며 ADHD 약을 처방받아 먹는다고 하더라”고 했다.

집중력 부족 등의 증상을 보이는 ADHD 환자가 대입 실적이 좋은 고교나 학원이 밀집한 이른바 ‘학군지’를 중심으로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ADHD 환자가 늘어난 이유도 있지만, ADHD 처방약이 ‘공부 잘하는 약’으로 알려진 것도 큰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3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강남구의 ADHD 환자는 1만3331명으로 2019년(3566명)의 4배 가까이가 됐다. 같은 기간 서울 서초구는 1859명에서 7540명으로, 송파구는 2444명에서 8698명으로 늘었다. 지난해 서울 전체 ADHD 환자(8만7827명) 3명 중 1명은 이른바 ‘강남 3구’에서 진단과 치료를 받았다. 마포구 역시 환자가 1172명에서 5305명으로 증가했다. 성남 분당(8752명), 대구 수성구(5009명), 울산 남구(4963명), 대전 서구(4838명) 등도 ADHD 환자가 많았다. 모두 지역 내에서 학군지로 꼽히는 곳들이다.

10대만 놓고 보면, 서울 강남구(4307명), 성남 분당구(3550명), 서울 송파구(3395명), 울산 남구(2305명), 부산 부산진구(2235명) 순으로 환자가 많았다. 0~9세 ADHD 환자는 서울 송파구, 부산 연제구, 성남 분당구, 서울 강남구, 울산 남구에서 많았다.

특히 같은 지역 내에서도 학군지로 꼽히는 곳의 ADHD 환자 수가 월등히 많았다. 성남시의 경우 수정구(988명), 중원구(679명)를 더해도 분당구 환자의 20% 수준에 불과했다. 대구시 역시 수성구 환자가 전체 환자의 37%를 차지했다. 대전과 울산도 절반 넘는 환자가 각각 서구와 남구에 쏠렸다.

의료계에서는 치열한 입시 경쟁 등으로 인해 과잉 진료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 한 정신과 원장은 “부모가 별 증상이 없는 아이를 데려와 진단과 처방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며 “자기 자녀만 약을 안 먹으면 공부에서 뒤처지지 않을까 하는 불안 심리가 작용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해국 가톨릭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ADHD 치료제는 정신 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것”이라며 “정상인이 먹을 경우 주의력과 집중력이 좋아지는 효과가 나타나지는 않고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심한 경우 불면증과 환각 등 정신과적 문제가 나타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주의력이 부족해 산만해지고 과잉 행동, 충동성을 보이는 정신 질환이다. 소아·청소년 ADHD는 충동적 행동을 주로 보이지만, 성인은 집중력이 떨어져 일상생활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