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 전공의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의 한성존 비대위원장은 28일 환자 단체와 만난 자리에서 “1년 5개월 이상 길어진 의정 갈등으로 불편을 겪고 돌아가셨을 국민 여러분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작년 2월 정부의 ‘의대 2000명 증원’ 발표에 반발해 병원을 집단 이탈한 전공의들이 환자에게 한 첫 사과였다. 자기 행동으로 직접적인 고통을 겪은 사람이 있다면 사과하는 게 최소한의 상식이자 예의다.

하지만 일부 전공의와 교수들은 들끓었다. 이날 의사 전용 인터넷 커뮤니티엔 사과를 한 한성존 비대위원장을 향한 집단 린치성 글들이 다수 올라왔다. “XX 빠느라 정신없네” “본인 보드(전문의 자격증)를 위해 전공의 전체를 갖다 바침” “사과한 X만 XX 된다.” 일부 의대 교수들도 가세했다. 이들의 단체 채팅방엔 “대한민국 의료를 살리겠다고 인생을 걸고 싸운 전공의들이 무슨 사과를 하나” “민주화 유공자가 국민에게 사과를 하느냐” 같은 글들이 올라왔다.

이들의 항변이 전혀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다. 전공의들은 거의 최저임금을 받으며 응급·중증 환자 곁을 24시간 지켜왔다. 세계적 수준인 우리나라 필수 의료는 이들의 희생으로 만들어졌다. 그런데 전 정부는 일방적으로 의대 증원을 발표했고, 이를 저지하기 위해 집단행동을 한 전공의에게만 모든 책임을 지우는 건 부당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의료의 본질은 환자다. 환자가 있어야 의사도 있는 것이다. 아무리 화가 난다고 응급실과 중환자실까지 비우고 떠난 전공의들의 행동엔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다. 다른 직종이었다면 해고는 물론 무거운 법적 책임까지 졌을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와 정치권이 전공의와 의대생의 복귀에 애를 쓰고, 국민들이 이를 감내한 것은 이들이 환자를 살리는 숭고한 일을 하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 결국엔 늙고 병들어 환자가 될 수밖에 없다.

뒤늦게라도 환자에게 사과한 전공의 대표를 향한 인신공격은 비록 소수의 일탈이지만, 의사 집단 전체에 대한 이미지를 실추시킨다. 이런 것들이 쌓이면 저수가와 높은 소송 리스크, 실손 보험 혜택 축소 등 의사 사회를 옥죄는 부메랑이 돼 돌아올 것이다. 잠재적 환자인 국민이 여론과 정책을 만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