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에 사는 김모씨는 차 여성의학연구소 서울역센터에서 난임치료를 받고 있다. 둘째 임신을 위해 ‘서울 원정 난임치료’를 하고 있는 것이다. 김씨는 2020년 1월부터 12월까지 첫째 임신을 준비하는 기간에도 같은 병원에 다녔다. 김씨는 “첫째 임신을 준비할 때 천안에서 난임치료를 하다가 실패가 반복돼 유명하고 좋은 병원에 다니기 위해 서울에 있는 난임 병원들을 검색해 병원을 옮겼다”며 “서울 병원은 검사 항목이 지방에 비해 많은 것 같다”고 했다. 다만 그는 “난임치료를 받는 사람이 많다보니 대기 시간이 너무 길고, 이동 시간이 길어 교통비가 비싸고, 올 때마다 연차를 써야하는 것도 부담”이라고 했다.
여수에 거주하는 A씨도 난임 치료를 위한 ‘서울 원정’ 경험이 있다. A씨는 “여수에 살면 보통 광주로 가는 경우가 많은데, 시설과 인프라가 좋은 곳에서 빨리 성과를 내고 싶어서 서울행(行)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A씨는 “기차 한 번 놓치면 그날 치료는 물거품이 된다”며 “중요한 시술을 하는 날이었는데, 선로 이탈 사고가 발생해 KTX가 무궁화호처럼 느리게 간 적이 있다. 병원에서는 ‘언제 오느냐’며 계속 전화를 걸어와 마음을 졸인 적이 있다”고 했다.
김씨와 A씨처럼 난임 치료를 받기 위해 ‘서울 원정’을 불사하는 비수도권 난임여성들이 늘고 있다. 전국에 위치한 난임시술지정병원은 총 343곳으로, 이 가운데 150곳(43.7%)이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에 있다. 지방에도 193곳의 병원이 있지만, 한시가 급한 난임여성들이 “의료진과 기술이 좋은 병원에서 빠르게 치료를 끝내고 싶다”며 원정 진료를 불사하는 것이다. 실제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021년 난임 시술 경험이 있는 여성 6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의료기관을 선택할 때 가장 고려하는 것’으로는 ‘임신 성공률’이 41.7%로 1위를 기록했다. 의료계에서는 난임 시술은 의료진의 난자 채취 등 기술과 시술 경력 등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게 지적이 나온다. 환자가 병원의 명성이나 의료진의 질을 따져보고 병원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병원 평가 중 난임시술 항목 체외수정에서 ‘1등급’을 받은 병원은 전국 모든 광역지자체에 최소 1곳 이상이 있다. 하지만 난임 시술과 관련해 성공률 등 구체적인 정보가 공개되지 않아 서울·수도권 원정진료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성규 한국난임가족연합회 국장은 “난임 치료 관련 정보는 커뮤니티나 온라인 카페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며 “난임부부들이 병원을 고를 때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정보가 없다”고 했다. 김동식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난임 시술에 실패한 환자들이 인터넷에 후기가 많은 수도권 병원에서 다시 상담을 받는 구조”라며 “의료 정보력, 인프라, 기술력 모두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보니 격차가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