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이 2021년 11월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권 장관, 김강립 식품의약품안전처장. /국회사진기자단

최근 비슷한 시기에 로펌으로 자리를 옮긴 전 보건복지부장관과 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의 행보가 의료계에서 화제입니다.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복지부 장관인 권덕철 전 복지부 장관은 이달 초 법무법인 세종의 ‘규제그룹 및 헬스케어팀’ 고문으로 영입됐습니다. 이에 앞서 김강립 전 식약처장은 지난달 말부터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고문으로 출근하고 있습니다. 정부 내에선 예산이나 규모, 위상 면에서 복지부가 식약처보다 우위입니다. 그런데 복지부 전 장관이 아니라 차관급인 전 식약처장이 로펌 업계 압도적 1위로 꼽히는 김앤장으로 영입돼 주목받는 것이죠. 의료계에서는 식약처의 외부 위상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행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식약처는 복지부의 외청 같지만, 실제로는 독립 부처입니다. 보건복지부의 전신인 보건사회부 내에 있다 기능이 커지면서 1996년 청으로 독립했고, 2013년 식약처로 승격됐습니다. 복지부가 보건·복지 정책의 큰 그림을 그리는 총괄 부처라면, 식약처는 식품과 의약품, 의료기기, 화장품 등에 대한 관리 및 인허가권을 가진 전문 규제 기관입니다. 기업 입장에선 복지부보다 각종 규제·허가권을 가진 식약처가 더 갑(甲)일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그러다 보니 식품과 의약품에 대한 소송, 자문 업무가 많은 로펌 입장에서도 식약처 출신을 더 선호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다른 로펌도 복지부·식약처 출신 전관 영입에 힘 쏟고 있습니다. 최근 법무법인 광장은 권 전 장관과 비슷한 시기에 일한 류근혁 전 복지부 2차관을 고문으로 영입했습니다. 법무법인 태평양 역시 약사 출신인 오창현 전 복지부 과장을 최근 영입했죠. 보건의료 분야는 의료법, 약사법, 건강보험법 등 전문성이 요구되는 영역이 많습니다. 변호사들만으론 문제해결이 쉽지 않기 때문에 특히 공직자 출신의 로펌 이직이 잦다고 합니다.

물론 법적으론 이들의 로펌행이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퇴직한 공무원들은 3년 동안 업무 관련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곳에는 재취업할 수 없는데, 이번에 로펌으로 간 고위 공무원들은 모두 3년이 지났기 때문이죠. 그러나 오랜 세월 공직에서 얻은 경험과 네트워크가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해서만 쓰일 수 있다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선 흘려듣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