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2월부터 이어진 의정 갈등 여파로 서울 ‘빅5’ 병원이 작년 한 해 총 2000억원대 적자를 기록했다. 장례식장·주차장·부대 시설을 제외한 의료 부문은 6000억원에 가까운 적자를 냈다.

25일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 ‘빅5’ 병원은 2023년에 111억원의 수익을 올렸지만, 지난해에는 2266억원의 적자를 낸 것으로 집계됐다. 다섯 곳 중 네 곳이 적자를 냈다. 서울대병원 1106억원, 삼성서울병원 525억원, 세브란스병원 447억원, 서울성모병원 193억원 등이다. 서울아산병원은 5억원의 흑자를 냈지만, 2023년(323억원 흑자)과 비교하면 흑자가 거의 다 사라졌다.

그래픽=박상훈

핵심 원인은 전공의 이탈로 입원·수술 건수가 급감하며 환자가 줄었기 때문이다. 빅5 병원의 병상 가동률은 보통 90%가 넘었지만, 의정 갈등이 한창이던 작년 상반기 50%대까지 떨어졌다.

부대 시설 수입 등을 제외한 순수 의료 부문만 따지면 적자 폭이 더 컸다. 서울대병원(2178억원), 삼성서울병원(1494억원), 세브란스병원(889억원), 서울성모병원(564억원), 서울아산병원(560억원) 등 다섯 병원 모두 적자였다. 2023년과 비교하면 빅5 병원 의료 부문 적자가 5000억원 이상 늘었다.

다른 병원도 사정이 비슷했다. 부산대병원·강원대병원·전북대병원 등 국립대병원 17곳은 총 5586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국립대병원 17곳 중 흑자를 기록한 곳은 충남대병원(53억원)과 분당서울대병원(17억원)뿐이었다. 한지아 의원은 “필수 의료 수가 현실화와 의료 인력 이탈 방지를 위한 지원 강화, 의정 갈등 해결을 위한 의료계와의 대화 재개 등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엔 병원 가동이 일부 정상화되는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병원들은 작년 9월 이후 전공의 빈자리를 임상 강사나 진료 지원(PA) 간호사로 점차 대체해왔다. 한 빅5 병원 관계자는 “외래 진료를 의정 갈등 이전과 비교하면 현재 80~85% 정도는 회복한 상태”라고 했다.

대형 병원이 중증·응급 환자 진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사업’ 이후 중증 수술 건수도 회복세다. 2023년 9월 3만3000건이던 뇌동맥류·암 등 중증 수술은 의정 갈등 여파로 지난해 9월 2만7500건까지 줄었다가, 사업 시행 이후인 지난해 12월 3만7100건으로 약 35% 늘었다. 비(非)중증 환자가 상급종합병원 대신 2차 의료기관인 종합병원을 주로 이용하면서 종합병원 병상 가동률이 2024년 78.7%로 2023년보다 4.9%포인트 올랐다. 종합병원과 상급종합병원의 전체 환자 수는 지난해 12월 기준 전년 대비 98% 수준까지 회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