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직장인 오모(26)씨는 옛 직장 상사로부터 돌연 카카오톡으로 모바일 청첩장을 받았다. 링크를 클릭하니 결혼 날짜, 예식장 장소와 함께 계좌번호가 적혀 있었다. 오씨는 “5년 전 6개월 정도 함께 일하고 그 뒤로 연락 한 번 없었는데 갑자기 모바일 청첩장을 보내왔다”며 “예식장에 갈 정도 사이는 아닌데, ‘카카오톡으로 축의금을 보내라’는 뜻인지 부담스럽고 고민됐다”고 했다.
카카오톡 등 메신저를 통해 서로 간편하게 주고받는 ‘모바일 청첩장’에 더해 ‘모바일 축의금’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최근엔 일부 모바일 청첩장을 통해 신용카드로 곧바로 축의금을 결제할 수 있는 기능도 탑재되기 시작했다.
모바일 축의금 서비스는 카카오페이가 대표적이다. 2018년부터 카카오톡의 ‘송금’ 기능을 통해 축의금 봉투 디자인을 고르고 금액과 메시지를 입력하면 송금할 수 있는 ‘축의금 봉투’ 기능을 도입했다. 16일 카카오페이에 따르면, 지난해 카카오톡을 통해 축의금을 보낸 이용자는 2020년 대비 2.2배로, 송금액은 146% 증가했다. ‘모바일 청첩장’을 보내고, ‘모바일 축의금’으로 돌려받는 문화가 차차 늘어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용자들 반응은 엇갈린다. “모바일 청첩장은 종이 낭비가 없어 좋다” “모바일 축의금은 봉투를 준비하지 않고도 편리하게 낼 수 있다”는 반응이 있는 반면, 신랑이나 신부 얼굴도 보지 못한 채 메신저를 통해 모바일 청첩장을 받고 나서 마치 ‘축의금 청구서’처럼 느껴졌다는 이들도 있다. 게다가 모바일을 통해 손쉽게 축의금을 내는 시대이다 보니 꼼짝없이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래전 연락이 끊긴 지인으로부터 돌연 모바일 청첩장을 받았다는 한 30대 직장인은 “내가 축의금을 내든 안 내든 상대방이 일단 ‘뿌리고 보자’는 것처럼 느껴져서 불쾌했다”고 했다.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별로 친하지 않은 관계인데 모바일 청첩장을 받았다”는 경험담과 “간편함을 빙자한 ‘축의금 청구’가 당연시돼선 안 된다”는 반응이 자주 올라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