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 이승규 석좌교수가 중국 칭화대 부속 창궁병원에서 생체 간이식 수술을 받은 환아의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담도폐쇄증을 앓고 있는 생후 6개월의 중국 아기가 한국 의료진의 수술로 건강을 되찾았다. 이 모습이 2만명에게 생중계되면서 한국의 높은 의료 수준을 중국 전역에 알렸다는 평가가 나왔다.

5일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간이식‧간담도외과 이승규 석좌교수와 문덕복‧정동환‧윤영인 교수 등 간이식팀은 지난달 11일 중국 베이징에 있는 창궁병원에서 생후 6개월 중국 남아 리웨이(가명)에게 아버지의 간 일부를 떼어내 이식하는 생체 간이식 수술을 성공적으로 시행했다.

리웨이는 선천성 담도폐쇄증으로 출생 직후 카사이 수술(막힌 담관을 제거하고 장 일부를 떼어내 간과 소장을 연결함으로써 담즙을 소장으로 보내는 치료법)을 받았지만, 시간이 갈수록 황달 증상이 더 심해지는 등 몸 상태는 나빠졌다. 영양 상태도 좋지 않아 복수가 빠르게 차올랐고, 급기야 음낭에서도 복수가 새어나오는 등 절체절명의 상황까지 내몰렸다.

생체 간이식 수술 경험이 비교적 적은 칭화대는 서울아산병원에 리웨이의 수술을 맡아달라고 요청했다. 서울아산병원 간이식팀은 지난달 9일 창궁병원으로 향했다.

문제는 리웨이의 저체중과 불량한 영양 상태였다. 일반적으로 국내에서는 소아 생체 간이식을 시행할 때 환아의 체중을 8㎏까지 올린 후 진행한다. 리웨이는 복수를 포함해 체중이 6㎏에 불과했다.

하지만 의료진은 리웨이의 상태를 보고 더는 수술을 미룰 수 없다고 판단했다. 창궁병원 의료진과 긴밀한 논의를 마친 끝에 베이징 도착 이틀 뒤 수술에 들어갔다.

정 교수와 윤 교수는 10㎝ 최소 절개술로 기증자인 리웨이 아버지의 간 일부를 절제했다. 이어서 이 석좌교수와 문 교수가 리웨이에게 아버지의 간을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

9시간 가까이 진행된 수술은 창궁병원에서 열린 한‧중 간이식 국제학술회의에서 온라인으로 실시간 생중계됐고, 중국 전역에서 간이식 전문가 2만여 명이 동시에 시청하며 큰 호응을 얻었다.

리웨이는 수술 후 3일째부터 입으로 우유를 빨아 먹는 등 빠르게 회복해 지난달 27일 건강하게 퇴원했다.

이 석좌교수는 “생명이 위급한 아이에게 생체 간이식으로 새 삶을 선사할 수 있게 돼 기쁘다”며 “앞으로도 우리의 도움이 필요한 곳에 간이식 기술을 전수해 세계의 많은 환자가 건강을 되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 간이식팀이 올해 4월까지 실시한 누적 생체 간이식 수술은 7502건이다. 이는 단일 의료기관 기준 세계 최다라고 병원은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