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열린 대한의료정책학교 주최 '전공의·의대생에게 듣는 정책 간담회'에 더불어민주당 강선우·김윤 의원이 참석해 질의 응답을 주고받았다. /대한의료정책학교

사직 전공의와 의대생 40여 명이 주축이 되는 대한의료정책학교가 지난달 31일 더불어민주당과의 간담회에서 ‘응급실 뺑뺑이 방지법’, ‘수련 병원 의무 고지제’ 등 17개 정책 과제를 담은 제안서를 전달한 것으로 4일 확인됐다.

의료정책학교는 의료계도 정책 입안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취지로 지난 3월 출범했다. 정치권에 보건의료 정책을 공식 제안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선 응급실 뺑뺑이를 방지하기 위해 현행 의료법 제11조의 ‘지체 없이’ 문구를 ‘필요한 응급 처치 후 즉시’로 개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일차 의료기관에서 환자를 최소한으로 안정화한 뒤 전원할 수 있도록 해, 119 재이송 부담을 줄이자는 취지다.

의료진의 형사 처벌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제안도 담겼다. ‘응급 처치 후 재이송 동의서’에 환자가 서명할 경우, 처치 지연이나 증상 악화에 따른 의료진의 민·형사상 책임을 면제하는 조항을 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의료진이 형사 처벌 부담 없이 소신 있게 응급 진료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는 취지다. 여기에 정부와 전문가 단체가 ‘필수 응급 조치 가이드라인’을 만들면, 의료 분쟁 가능성도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수련 병원 의무 고지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환자·보호자에게 수련 병원임을 알리고, 전공의 진료 참여에 대한 사전 동의를 받자는 것이다. 환자가 거부할 경우 전공의가 없는 병원을 안내해야 한다고 했다.

앞서 지난 3월 열린 국회 토론회에서 허윤정 단국대병원 외상외과 교수는 “충분히 교육받지 못한 채 관리 사각지대에서 의료 행위를 하도록 내몰린 전공의가 스스로 책임 부담 주체가 되는 것은 부당하다”고 한 바 있다.

또 내년 3월 시행 예정인 ‘지역 돌봄 통합 지원법’과 관련해, 지역의사회가 ‘방문 진료 센터’를 설립해 진료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해당 법은 병원 퇴원 뒤 지역사회에서 의료·돌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국가와 지자체의 책무를 규정한 것이다. 현재는 전체 참여율이 0.5% 수준에 불과하다.

이 밖에도 독립된 수련·교육 평가기구 설립, 전공의 수련 프로그램 내실화 등의 정책 과제가 담겼다. 간담회에서 김윤 의원은 “현재 준비 중인 내용도 다수 포함돼 의견을 주면 적극 반영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