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오전 8시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간 이식을 위해 수술방 네 곳이 동시에 열렸다. 살아있는 사람 간 일부를 떼어내 환자에게 이식하는 ‘생체 간이식’이 동시에 두 건 진행된 것이다. 이날 11시간이 넘는 수술 끝에 간암과 간경화를 앓고 있는 40대 환자와 알코올성 간경화로 생명이 위태로웠던 70대 환자가 각각의 조카로부터 간 일부를 성공적으로 이식받았다.
이날 수술은 서울아산병원의 8999번째, 9000번째 간 이식 수술이었다. 단일 의료 기관에서 9000번의 간이식을 한 것은 서울아산병원이 세계 최초다. 서울아산병원은 “하나의 의료기관에서 동시에 복수의 간이식이 이뤄지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쉽지 않다”며 “개별 의료진의 수술 숙련도가 높고, 의료진을 뒷받침하는 수술 시스템도 정교하게 운영돼 가능했다”고 했다.
서울아산병원은 1992년 8월 뇌사자 간이식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살아있는 사람끼리의 ‘생체 간 이식’을 7502번, 뇌사자 간 이식을 1498번했다. 9000번째 수술은 첫 수술 이후 32년 8개월 만의 성과다. 서울아산병원은 앞서 2년 반 전인 지난 2022년 9월 간이식 8000번의 기록을 세운 적이 있다.
서울아산병원의 전체 간이식 생존율은 98%(1년), 90%(3년), 89%(10년)를 기록하고 있다. 우리나라보다 간 이식 역사가 긴 미국 피츠버그 메디컬센터와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학 메디컬센터의 간 이식 1년 생존률이 평균 92%라는 점을 고려하면 우수한 수치다.
이승규 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 석좌교수는 “간이식 9000회를 달성할 수 있던 원동력은 환자들”이라며 “간이식·간담도외과 집도의뿐만 아니라 마취통증의학과, 영상의학과, 소화기내과, 감염내과, 소아외과, 소아청소년전문과, 수술실, 중환자실, 병동, 장기이식센터 등 수많은 의료진이 ‘원팀’이 돼 환자들의 장기 생존과 삶의 질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을 쏟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