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의원에 다녀온 환자가 실손의료보험사에 엉뚱한 병명으로 보험금을 청구한 경우가 최근 5년간 5183만건에 달하고, 이들에게 보험금으로 10조6000억원이 지급된 것으로 14일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병·의원을 많이 이용해 의료비 본인 부담금을 연간 상한 이상으로 내고 차액을 이듬해 건강보험에서 돌려받은 가입자가 실손보험금까지 이중으로 받아 챙긴 경우도 최근 4년간 8580억원어치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실손보험금 이중 지급만 막아도 전체 실손보험 가입자가 보험료를 매년 6400원 덜 낼 수 있는 것으로 계산됐다.

감사원이 이날 공개한 ‘건강·실손·자동차보험 등 보험 서비스 이용 실태’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실손보험 가입자들이 건강보험 재정에 큰 부담을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건강보험과 민간 실손보험, 자동차보험에 보험금 지급이 청구된 약 10억건을 분석한 결과다. 건강보험·실손보험에 모두 가입한 사람들은 건강보험만 가입한 사람보다 병·의원을 연평균 2.33일 더 갔고, 이로 인해 진료비가 매년 12조9400억원 더 발생하고 있었다. 이 가운데 3조8300억원은 건강보험에서 나가는 돈이었다.

또 감사원이 진료 1억1146만건을 분석해 보니, 병·의원이 건강보험에 신고한 환자 병명과 환자 본인이 보험사에 신고한 병명(상병 코드)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46.5%(5183만 건)였다. 환자가 의사가 진단한 병명과 다른 병명으로 치료를 받았다고 보험사에 거짓으로 신고해 보험금을 타낸 것이다.

감사원은 상당수 환자가 실손보험에 가입할 적에 고혈압, 당뇨병 등의 ‘10대 질환’이 있음을 숨겨 놓고는, 병·의원에서 10대 질환 치료를 계속 받으면서 보험사에는 다른 질병으로 치료받았다고 허위로 청구해 보험금을 타내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감사원은 248만명이 병·의원에서 10대 질환을 진단받고 5년 안에 실손보험에 가입하거나 갱신했고, 이 가운데 96%(239만명)는 실제로 보험사에 10대 질환이 있음을 알리지 않았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들은 병·의원에서 10대 질환 진료를 154만건 받아 놓고는 보험금 5232억원을 타냈다. 실손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질병 진료를 받아 놓고 보험금을 타낸 경우는 102만건 1814억원어치, 실손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시술을 받아 놓고 보험금을 타낸 경우는 32만6000건 992억원어치 발견됐다.

실손보험 가입자와 병·의원이 함께 부정을 저지른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도 다수 나왔다. 환자가 실손보험금을 청구해 받아 갔는데 병·의원은 건강보험에 진료를 신고하지 않은 경우도 730만건이었고, 이로 인해 지급되지 않은 건강보험금은 2조2473억원이었다. 감사원이 일부 사례를 살펴보니, 성형외과 의원이 피부 미용과 도수 치료(실제로는 마사지)를 해준 경우 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