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오전 경기도 고양 일산호수공원 주제광장. 고양국제꽃박람회가 열려 방문객들로 붐볐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직원 2명이 아이스박스를 들고 행사장 한쪽에 세워진 버스에 올랐다. 겉보기엔 평범한 45인승 버스지만, 내부는 각종 검사 장비로 꽉 차 있었다. 현장에서 바로 식중독을 검사할 수 있는 ‘식중독 버스’(식중독 신속 검사 차량)’다. 식약처 직원들은 근처 김밥집에서 참치 김밥을 사와 식중독균 검사를 했다. 원심분리기에 김밥을 돌려 검사할 성분을 뽑아낸 뒤 증폭기에 넣자, 연결된 노트북 화면에 선 그래프가 그려졌다. 양성·음성 대조군과 비교해 음식에 식중독균이 있는지 실시간으로 보여준 것이다. 결과는 ‘음성’이었다.
‘식중독 버스’는 지역 축제나 국제 행사 등 대규모 인파가 모이는 곳에서 식중독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선제적 검사를 할 수 있는 차량으로, 2012년 도입됐다. 1대당 4억5000만원이 드는데, 현재 5대가 운영 중이다. 식중독 버스는 방문객이 50만명을 넘는 지역 축제장에 주로 출동하고, 규모가 다소 작더라도 지방자치단체가 요청하면 지원을 나간다. 축제가 몰리고, 식중독 발생이 늘어나는 4~10월 출동이 특히 많다고 한다. 식약처 관계자는 “축제 현장에서 모든 음식을 전수조사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김밥·샐러드 등 식중독 위험이 높은 음식 위주로 검사한다”고 했다.
작년에 식중독 버스가 한 검사는 총 2048건. 코로나로 축제·행사가 거의 없었던 2021년(489건)의 4배 이상으로 늘었다.
‘식중독 버스’의 최대 강점은 속도다. 일반적인 세포 배양법은 식중독 원인균 검출까지 길게는 1주일씩 걸린다. 이 버스에선 식중독균 17종을 포착하는 데 4시간밖에 안 걸린다. ‘간이 검사’이기 때문에 이 결과를 근거로 과태료 등 행정처분은 못 하지만, 현장에서 바로 결과가 나오니 식중독을 예방할 수 있는 것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현장 검사는 단속보다는 식중독 예방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야외 행사에서는 음식을 먹을 만큼만 구입하고, 이른 시간 안에 바로 먹어야 식중독 전파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고 했다.
식중독 버스는 ‘5인 1조’로 움직인다. 식중독균 검사를 하는 연구원 2명, 현장에서 음식을 수거하는 직원 2명, 운전자 1명이다. 이들은 축제 현장에서 이른바 ‘미스터리 쇼핑(고객으로 가장해 음식을 사들이는 것)’을 하진 않는다. 음식을 수거할 때 업주에게 확인을 받아야 향후 계도 활동 등이 수월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업주 동의 없이 음식을 수거하면, 식중독균이 검출되는 등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현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것과 같은 음식인지 입증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고 한다.
식중독 버스는 국제 행사장에도 출동한다. 도입 첫해 여수 엑스포 현장에서 식중독 검사를 했고,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과 2023년 세계 잼버리 대회에도 지원을 나갔다. 올해는 10월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주요 지원 대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