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임신 32주 차인 30대 A씨는 올 초 극심한 진통을 느껴 인근 병원을 찾았다. ‘태반 조기 박리(태반이 일찍 떨어져 나가는 것)’가 의심돼 큰 병원으로 가야 한다는 의사 판단에 따라 대학 병원으로 전원됐다. 검사해보니 ‘임신중독증’ 진단이 나왔다. 혈압은 180/120㎜Hg 이상으로 높았고, 단백뇨와 함께 출혈도 심했다. A씨는 곧바로 응급 수술을 받았다.
출산 연령이 높아지면서 산모와 태아 모두에게 치명적일 수 있는 임신중독증 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임신중독증이란 임신 중 혈압이 올라 산모의 여러 장기와 태아에 문제를 일으키는 임신 합병증을 말한다.
6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임신중독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16년 8112명에서 2023년 1만3228명으로 7년 새 63% 증가했다. 임신중독증 발생 위험을 높이는 주요인인 35세 이상 고령 임신과 시험관 시술을 통한 다태 임신 등 고위험 임신이 늘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고위험 임산부는 2018년 14.7%에서 2022년 24.7%로 10%포인트 올랐다. 35세 이상 산모 비율은 2018년 31.2%에서 2022년 34.9%로 높아졌고, 같은 기간 다태아 출생 비율도 4.2%에서 5.8%로 1.6%포인트 올랐다. 대한주산의학회에 따르면, 고령 임신부는 젊은 임신부보다 임신중독증과 관련이 깊은 임신성 당뇨 발생 위험이 약 2배, 고혈압은 2~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적으로 임신중독증에 따른 사망은 산모가 연 7만6000명, 태아는 5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임신부 사망 원인 1위를 차지할 만큼 치명적인 질환이다. 혈압 상승으로 산모는 전신 경련과 장기 손상을 겪을 수 있고, 태아는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고 조산하거나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임신중독 증상은 다양하다. 대표적으로 소변 검사에서 단백뇨가 나오고, 얼굴이나 손발이 붓는 부종을 겪는다. 시야 흐려짐, 지속적 두통, 복부 통증, 급격한 체중 증가도 신호일 가능성이 높다. 조금준 고려대 구로병원 산과 교수는 “초기엔 특별한 증상이 없다가도 몇 시간 사이 급격하게 나빠져 응급 제왕절개가 필요한 경우가 있다”며 “평소 고혈압이 없었는데 갑자기 혈압이 높아지거나, 심한 두통, 시야 흐림, 상복부 통증 등이 나타나면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임신중독증
임신과 합병된 고혈압성 질환. 태반으로의 혈액 공급에 문제가 생겨 태아와 산모의 혈관을 손상시키고, 심할 경우 태아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