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인천 계양구 인천세종병원 수술실에서 의료진들이 수술을 하고 있다. /장련성 기자

앞으로 필수 의료 의사는 중대한 과실이 없을 경우 의료 사고를 일으켜도 처벌을 받지 않는 방안이 추진된다.

6일 정부는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 주최로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의료 사고 안전망 강화를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의료 사고 안전망 구축 방안을 발표했다.

우리나라는 의료 사고의 처벌을 환자의 상태 등 의료 사고의 ‘결과’로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앞으로는 이를 의사의 과실 여부 등 의료 사고의 ‘원인’에 초점을 맞춰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현재는 의료 사고 피해자·가족이 의료인 처벌을 원하지 않아도, 환자가 중상해를 입은 경우에는 의료인을 재판에 넘길 수 있다. 정부는 중상해 사건이라도 환자와 의료진 간에 합의가 이루어지면 기소하지 않도록 하는 ‘반의사 불벌’을 폭넓게 인정할 방침이다.

다만, 사망 사고의 경우 필수 의료에 한해서만 유족 전원이 의료인을 처벌하지 않는 것에 동의할 시 기소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피부·미용 관련 진료를 하다가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면 유족의 의사와 관계없이 기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전담할 ‘의료 사고 심의 위원회(가칭)’도 신설한다. 환자는 의료 사고로 의사를 고소·고발하려면 30일 내로 심의위에 심의를 요청해야 한다. 이후 심의위는 150일 내에 해당 의료 행위가 필수 의료였는지, 의사의 과실 여부가 얼마나 중한지 판단한다.

심의위가 의사에게 중과실이 있었다고 판단을 내리면, 검찰과 경찰은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재판에 넘길 수 있다. 그러나 중과실이 아니라고 판단을 내리면 사망 사고를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기소를 자제하겠다는 것이다. 심의위가 수사와 기소 여부를 가르는 핵심 권한을 갖게 되는 셈이다. 검경은 심의위가 판단을 내리기 전에는 의료 사고 관련 소환 조사도 자제해야 한다.

의료 사고에 대한 공적 배상 체계도 강화한다. 전반적인 환자 배상액을 높이기 위해 전체 병·의원에 의료 배상을 위한 책임 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겠다는 것이다.

현재는 공적 배상 체계가 없어 민간 보험을 중심으로 배상 체계가 운영 중이다. 그러나 의료 기관의 민간 보험 가입이 저조한 상황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법정 의사 단체인 대한의사협회가 운영하는 의료 배상 공제 조합의 가입률은 의원 33%, 병원·종합병원 35.6% 수준이다.

정부는 배상액 규모 1000만원 미만의 소액 사건에 대해서는 보험사나 공제회의 자체 심사를 통해 30일 이내에 신속 배상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또 정부는 지난해 불가항력적 분만 사고에 대해 국가 보상금 한도를 3000만원에서 3억원까지 올렸는데, 이를 중증 응급이나 중증 소아 등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의료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의료진이 환자나 가족에게 설명과 유감 표명을 의무적으로 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또 이 과정에서 나온 의료진의 사과나 유감 표시가 추후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도록 할 방침이다. 또 ‘환자 대변인’을 신설해 사망이나 중상해 사건의 경우 피해자와 가족들의 조정 등 준비 절차를 지원한다. 환자와 의료진 간의 소통 부족으로 인한 소모적인 소송을 줄이겠다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