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로공사가 2021년 고속도로 교통 사고 시 차량 탑승자를 도로 밖 안전한 장소로 유도해 ‘2차 사고’를 막겠다는 등의 명목으로 1억원을 주고 산 ‘재난·재해 예방 자율 주행 드론’을 작년 말까지 3년간 창고에 넣어 놓고 활용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우리나라 고속도로 2차 사고 사망자는 연평균 27명 정도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기간 2차 사고 사망자는 최소 80명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도로공사(이하 도공)에 따르면, 도공의 한 지역 본부는 지난 2021년 9월 9600만원을 들여 ‘재난·재해 예방 자율 드론’과 드론 이착륙을 위한 스테이션을 구입했다. 그런데 시범 운영도 하지 않고 납품 받은 드론을 창고에 넣어 방치하다가 이듬해 다른 지사로 넘겼다.
다른 지사에서도 세 차례 시범 운용만 하고 또다시 드론을 스테이션에서 떼어내 문서고에 넣어 방치했다. 시범 운용 당시 이 드론은 배터리 지속 시간이 짧아 1km 밖의 지역은 탐사가 불가능하고, 산지가 많은 주변 지형 특성 때문에 걸핏하면 통신 오류가 났다. 하지만 이를 본사에 보고도 하지 않고 최근까지 3년간 방치한 것이다.
고속도로의 2차 사고는, 이전 1차 사고로 고속도로에 멈춰 서 있는 사람과 차량을 뒤따르던 차량이 추돌해서 발생하는 사고를 말한다. 달리는 차량끼리 부딪히는 1차 사고와 달리, 2차 사고는 정지해 있는 사고 차량과 그 탑승자를 고속으로 달리는 후행 차량이 들이박아 발생하는 것이어서 사망 확률은 훨씬 높아진다. 2차 사고 치사율(54.3%)이 1차 사고보다 6.5배 높다.
도공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3년까지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2차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모두 82명(연평균 27명)으로 같은 기간 전체 고속도로 교통사고 사망자(477명)의 17.2%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