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과 증권·보험사 등 금융회사가 근로자들의 퇴직연금을 운용하고 받아간 수수료가 해마다 1000억원 이상씩 늘어 작년 한 해 1조7000억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DB(확정급여형), DC(확정기여형), IRP(개인형 퇴직연금) 가입자가 금융사에 자산 관리 대가 등으로 낸 수수료가 지난해 1조6840억5500만원에 달했다. 수수료 규모는 2021년 1조2327억원, 2022년 1조3231억원, 2023년 1조4211억원 등으로 매년 늘고 있다. 퇴직연금은 근로자 임금의 12분의 1을 금융회사에 적립해 운용하다가 55세 이후 연금 또는 일시금으로 수령할 수 있게 한 제도다.
퇴직연금의 2023년 말 기준 최근 5년간 연 환산 수익률은 2.35%로, 2023년 물가 상승률(3.6%)에도 못 미친다. 돈을 맡겨 놓을수록 근로자 입장에서 손해인 셈이다. 반면 국민연금공단이 보험료를 걷어 운용하는 국민연금의 경우 같은 5년간 연평균 수익률이 6.86%로 퇴직연금의 3배에 가깝다.
전문가들은 근로자의 선택에 따라 민간 회사뿐 아니라 공공기관도 퇴직연금 운용 주체로 나설 수 있도록 하는 ‘퇴직연금 기금화’ 방안 등을 통해 수익률은 높이고 수수료는 낮춰야 한다고 했다. 김태일 한국사회보장학회장(고려대 행정학과 교수)은 “퇴직연금이 근로자 노후 보장 역할을 하려면 금융사뿐 아니라 국민연금공단 같은 공공 기관도 운용에 참여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