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너무 빠른 속도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해 제대로 준비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이제라도 대비해야 합니다.”
남충희 대한요양병원협회장은 본지 인터뷰에서 “요양병원의 인력난이 심각하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우리나라 노인의 65~70%가 병원에서 사망하는데, 이 중 30%가 요양병원에서 생을 마감하고 있다. 전국 요양병원은 1355곳이다. 최근 노인 인구 급증으로 요양병원도 인력 부족 등 큰 변화를 겪고 있다.
–간병 인력난은 얼마나 심각한가.
“간병인이 없어서 환자를 못 받는 병원이 많다. 노인이 노인을 간병하는 것도 문제다. 요양병원에만 10만~15만명의 간병인이 더 필요하다. 국내 인력만으론 수요를 따라갈 수 없다. 외국인 간병인 도입을 더 이상 피할 수 없다. 적기에 데려와야 한다.”
–외국인 간병인을 도입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정부의 통합 관리가 제일 중요하다. 언어와 간병 전문 지식을 가르치는 시스템을 만들고, 타 업종으로 이탈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모니터링도 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비전문 인력만 우후죽순 양성되고, 인력난은 계속 심화될 것이다.”
-협회는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
“요양병원에서 일할 수 있는 외국인 간병인을 교육하는 프로그램을 준비할 계획이다. 언어 교육 프로그램과 관리 시스템 등이 필요하다. 간병인에겐 전문 지식뿐 아니라, 환자들과 정서적 교류 능력도 중요하다. 그러려면 그들에게 한국 문화를 알려주는 프로그램도 있어야 한다.”
–외국인 돌봄 인력에 임금을 차등 적용하자는 요구도 많다.
“돌봄 업종에 대해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는 데 대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이미 해외 여러 나라에서 외국인 가사 도우미 등에게 차등 임금을 적용 중이다. 현행 최저임금법에도 ‘업종별 차등 적용’을 허용하고 있다. 돌봄 업종에 낮은 임금을 적용할 수 있게 해야 인건비 부담이 지나치게 커지지 않는다.”
–인력난 해결을 위한 다른 방안은.
“병원을 스마트화해야 한다. 기술 발달로 예전처럼 간병인이 일일이 환자 약을 챙겨주고, 혈압을 확인하는 일은 앞으로 사라질 것이다. 레이더로 환자의 심폐 호흡 수나 낙상 여부를 확인할 수 있고, 위급 시 비상벨이 울리는 등 신기술이 병원에 도입되고 있다. 재활 로봇이나 인공지능(AI) 기술 개발도 활발하다. 환자들이 누워 있으면 로봇이 와서 마사지를 해주거나, 배출한 소변량을 재줄 수도 있다. 첨단 기술을 도입하면 병원에서 필요한 간병인의 수를 줄일 수 있다.”
–요양병원에서 간병인의 환자 폭행 문제가 계속 발생한다.
“누구라도 간병인이 될 수 있는 구조가 문제다. 간병 일에는 별다른 자격이나 비자가 필요 없다. 간병하다 힘들면 다음 날 바로 식당이나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전직하는 게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