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서울의 한 의과대학 부속 건물 앞으로 시민들이 오가고 있다./뉴스1

서울의대 본과 3·4학년생 일부가 강의실로 복귀하자 의사·의대생 전용 커뮤니티에 ‘복귀자 실명 블랙리스트’가 유포됐다. 복귀생들을 향한 욕설과 비난 등 온라인상의 폭력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21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날 개강한 서울의대 본과 3학년 ‘임상 추론’ 과목의 세부 강의에는 전체의 약 30% 수준인 40여 명이 출석했다. 이날 본과 4학년을 대상으로 한 ‘인간·사회·의료’ 과목의 세부 강의에도 30여 명이 왔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의사·의대생 신분을 인증해야 활동이 가능한 온라인 커뮤니티 메디스태프에는 복귀생들의 학년과 실명이 표기된 명단이 곧바로 유포됐다. ‘서울대 본4 여러분 이름 기억할게요’라며 수십명의 실명을 나열하거나, 좌표를 찍듯 복귀생의 소셜미디어를 공개했다. 그러면서 댓글 등을 통해 ‘병신’ ‘매국노’ ‘친일파’와 같은 악의적 비난을 퍼부었다. 일부 이용자들은 ‘(복귀자들을) 잡아 족쳐야’ ‘돌아간 30%를 빨리 잘라내고 고립시켜야’라고 했다.

특히 과대표 등 학생 간부들의 복학 소식이 알려지면서 이들에 대한 인신공격과 성희롱성 게시글도 이어졌다.

또 학생회가 만들어 서울의대생들이 모여 있는 카카오톡 익명 채팅방에는 타 대학생이나 전공의로 추정되는 수십명이 난입해 폐쇄되는 일까지 있었다. 메디스태프에 이 채팅방에 입장할 수 있는 링크와 비밀번호, 아이디 설정 방법 등을 담은 글이 게시되자, 서울의대생이 아닌 사람들이 채팅방에 들어온 것이다. 이들은 ‘언제까지 투쟁을 방해할 것이냐’ ‘복귀자 비율이 많은 것은 이기적인 사람이 많아서 그렇다’ 등의 글을 쏟아내며 복귀자들을 압박했다. 이후 채팅방은 개설자에 의해 폐쇄됐다.

일부 복귀자들은 학교 측에 도움을 요청하거나, 개인적인 법적 조치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복귀생은 “스토킹 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로 법적 조치할 수 있을지 변호사에게 문의했다는 복귀생들도 있다”며 “학장단에 정식으로 상황을 설명하고 도움을 구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의대 3·4학년 학생들의 복귀는 다른 학년과 타 대학 복귀 분위기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는 지난 20일 본과 3·4학년이 개강했고, 2학년은 2월, 1학년은 3월 각각 개강한다. 연세대 의대도 지난 13~20일 본과 3·4학년을 대상으로 1차 복학 신청을 받은 결과, 일부 학생들이 복귀 의사를 밝혔다. 가톨릭의대 등 타 의대도 오는 3월 복학할 학생들의 신청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