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 대표적 이웃 돕기 기부 행사인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희망 2025 나눔 캠페인’이 모금액 목표를 예년보다 일찍 달성했다. 고물가와 경기 불황,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얼어붙은 소비 심리에도 많은 시민과 기업이 십시일반 온정을 보태 ‘나눔 온도’를 끌어올렸다.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 있는 사랑의 온도탑이 102.1도를 가리키고 있다. 온도탑은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진행하는 연말연시 '나눔 캠페인' 목표액의 1%가 모일 때마다 1도씩 올라간다. 캠페인 시작 44일째인 지난 13일 100도를 돌파했다. /박성원 기자

15일 사랑의열매에 따르면 전날 자정까지 전국에서 총 4592억원이 모여 목표액(4497억원)의 102.1%를 기록했다. 목표액은 지난 13일 돌파했다. 지난달 초부터 이달 말까지 62일간 캠페인이 진행되는데, 44일째에 목표를 조기 달성한 것이다. 전년보다 목표 금액은 3.4% 올랐지만, 목표 달성 시점은 하루 앞당겨졌다. 모금회 측은 “개인 고액 기부자 증가와 금융권 등 기업의 적극적 기부, 종교 단체 등의 폭넓은 참여가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개인과 법인 기부가 동시에 늘었다. 개인 기부액은 1100억원을 넘었고, 법인 기부도 3400억원을 돌파했다. 제주 한림읍에서 양돈업을 하는 양용만(66) 우리농장 대표는 2007년부터 총 5억1000만원을 현금 기부한 데 이어 이번 캠페인을 계기로 더 기부해 총 10억원을 내기로 약정했다. 제주에선 처음이자 전국 열세 번째로 10억원 이상 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 오플러스(opulus)’ 회원으로 가입한 것이다. 그는 1986년 5두 규모로 양돈장을 시작해 현재 사육 두수는 1만 마리가 넘는다.

양 대표는 본지에 “경기가 안 좋아 축산업도 어렵고 시국도 어수선하지만, 이럴 때 남을 위해 나누면 우리 사회가 좀 더 명랑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나눌수록 기분도 좋아지고 마음도 편해진다”고 했다.

그래픽=양진경

평생 노점·청소를 하며 모은 돈으로 산 4층짜리 다가구주택을 ‘유산 기부’하고 지난해 90세로 별세한 고(故) 홍계향 할머니도 대표적 개인 기부자다. 건물은 홍 할머니 사후 매각됐고, 매각 대금 7억여 원이 모금회 계좌에 입금됐다.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피해 지원 등을 위한 2030 청년 세대의 소액 기부도 적지 않았다고 모금회 측은 밝혔다.

법인 중에선 삼성이 500억원, 현대차가 350억원을 기부했다. 우리금융그룹은 작년보다 50억원 늘린 150억원을 기부했다. 종교, 사회 단체도 힘을 보탰다. ‘한국교회 2백만 연합예배’ 조직위원회는 취약 계층 지원 등을 위해 작년 10월 기업·교회·개인 등이 기탁한 성금 106억원을 전달한 데 이어 캠페인 기간에 28억원을 더 기부했다. 조직위 공동 대표인 오정현 사랑의교회 목사는 “앞으로도 교회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우리 사회의 빛과 소금으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마음을 모으겠다”고 했다.

지난해 최종 모금액은 4835억원으로 목표액(4349억원)보다 486억원 많은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다. 목표액의 111.2%였다. 현 추세라면 지난해 모금액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김병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은 “어려울수록 주변을 돌아보는 국민의 따뜻한 마음이 모여 나눔 온도 100도를 조기 달성할 수 있었다”며 “캠페인이 끝나는 오는 31일까지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모금회는 모금액 중 2990억원을 취약 계층, 복지 사각지대의 생활 안전 지원에 사용할 계획이다. 또 경계선 지능, 발달 지연 아동 등 지역사회 돌봄 지원에 683억원, 청소년 약물, 온라인 도박 중독과 디지털 성범죄, 에너지 빈곤 가구 지원 등 새로운 사회문제 대응에 144억원을 쓸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