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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20여 의대 교수 단체인 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가 ‘주 1회 휴진’을 26일 결의했다. 전의비의 결의는 ‘권고 사항’으로, 모든 교수들에게 특정 날짜에 휴진을 강제하는 것은 아니다. 전의비는 또 “의대생이 유급을 하게 되거나 (정부가) 교수들의 (반대) 목소리를 무시하고 의대 증원을 (최종) 발표하게 될 경우 병원 휴진 기간에 대해 논의해서 다음 회의에서 결정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최창민 전의비 위원장(울산의대 교수)은 이날 본지 통화에서 “유급이나 증원 발표 시 일주일 집단 휴진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며 “이후엔 병원을 떠날 교수는 떠나고, 남을 교수는 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초대형 병원인 ‘빅5′는 이미 ‘주 1회 휴진’을 발표했다.

또 전국 의대 교수들은 이미 “25일부터 개별적으로 사직서를 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전공의에 이어 교수들까지 집단 이탈하면 중환자 전담 기관인 대형 병원의 수술이 중단돼 ‘의료 대란’이 벌어진다. 더구나 지난 두 달간 당직 등 전공의 업무까지 떠맡은 교수들은 ‘번아웃(극도의 피로)’을 호소하고 있다. 환자들까지 교수들이 떠날까 봐 불안해하고 있다.

그래픽=양진경

이런 상황에서 이달 24일 기준 국내 대형 병원 100곳과 근무 계약을 한 전임의(세부 전공 중인 전문의) 비율이 정원(2741명)의 58.5%로 늘어났다. ‘빅5′의 복귀율(계약률)은 61%를 기록했다. 지난 2월 전공의 집단 이탈 두 달 만에 복귀 전임의가 두 배 가까이로 증가한 것이다. 파업 전에도 전임의 계약률은 80%대였다.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전공의와 달리 전문의 자격증을 딴 전임의는 의대 교수가 되고자 하는 사람이 다수”라며 “전공의 장기 이탈에 부담을 느낀 전임의들이 속속 복귀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의료계에선 “가뭄 속 단비 같은 소식”이란 평가가 나온다. 돌아오는 전임의들이 특히 교수들의 중환자 ‘수술 부담’을 덜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대형 병원의 한 외과 교수는 “수술을 하면 개복(開腹)과 봉합 등 기본적인 부분은 전임의가 하고, 핵심 부위에 대한 고난도 수술을 교수가 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전공의·전임의 이탈로 수술의 처음부터 끝까지 교수가 다 하다 보니 부담이 배가 됐던 것”이라고 했다.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가령 4시간 수술을 한다고 하면 전임의가 도와줄 경우 교수의 수술 시간은 절반 정도로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전임의 계약률 증가는 전공의 이탈로 인한 병원의 중환자 ‘수술 적체’에도 다소 숨통을 틔워줄 수 있을 것이라 전망된다. 복귀하는 전임의 중 상당수는 마취통증의학과 의사들이라고 한다. 수술은 메스를 드는 집도의가 있다고 해도, 마취 방법을 선택하는 마취통증의학과 의사가 없으면 진행할 수 없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복귀하는 전임의들이 교수 휴진 여파를 일부 상쇄하면서 평소 대비 60~70% 정도인 현 수술 수준을 한동안 이어갈 가능성이 전보다 커졌다”고 했다.

하지만 전임의가 정원(2741명)을 100% 채운다고 해도, 각각 1만명이 훌쩍 넘는 전공의와 교수의 빈자리를 채우긴 어렵다. ‘병원 정상화’가 되려면 교수는 지금처럼 자리를 지키고, 전공의는 복귀해야 한다는 뜻이다.

‘주 1회 집단 휴진’을 하겠다고 예고한 대학 병원들 중에서도 정상 진료를 하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 충남대·세종충남대·원광대 병원 교수 비대위는 앞서 ‘매주 금요일 집단 휴진’을 예고했지만, 금요일인 26일 이 병원 교수들은 정상 진료를 했다. 충남대병원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교수 비대위에서 금요일 휴진을 발표한 것은 병원의 공식 정책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대형 병원 교수들은 ‘주 1회 집단 휴진’을 하는 이유를 전공의 이탈로 인한 ‘체력 소진’ 때문이라고 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이를 ‘의대 증원’ 정책에 대한 항의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