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근영 전 분당차병원 전공의 대표를 비롯한 사직 전공의들이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 집단고소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직 전공의 1,360명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 등을 직권 남용 및 권리 행사 방해 혐의로 고소한다고 밝혔다. /뉴스1

병원을 떠난 사직 전공의 1360명이 보건복지부 장·차관을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수사 기관에 고소했다. 전체 전공의(1만3000여명) 10% 이상이 집단 고소에 참여한 것이다.

전공의들은 15일 오전 11시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의협)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민수 차관이 경질되기 전까지는 절대 병원에 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발표자로 나선 정근영 분당차병원 전공의 대표는 “각 병원 대표들이 모여 있는 온라인 채팅방에 (고소) 참여 의사를 물었더니, 1~2시간 만에 600~700명이 응답해서 함께 진행하게 됐다”고 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와는 무관하게 박 차관을 고소할 뜻이 있는 전공의들끼리 뜻을 모은 것이라고도 했다.

정 대표는 “정부가 수련 병원장들에게 전공의들의 사직서 수리를 금지했고, 필수 의료 유지 명령과 업무개시명령을 해 젊은 의사들이 본인 의지에 반(反)하는 근무를 하도록 강제했다”며 “이는 전공의들의 휴식권과 사직권 등 법률에 따라 보장된 정당한 권리 행사를 방해한 것”이라고 했다.

전공의들은 의대 증원 관련 실무를 총괄하고 있는 박 차관을 경질해야 한다고도 했다. 정 대표는 “박 차관이 잘못된 정책을 주도했고, 그 과정에서 시민의 권리를 무시하고 헌정 질서를 어지럽혔다”며 “그것으로도 모자라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가시돋친 언어로 의사들에게 끊임없이 모멸감을 줬고, 젊은 의사들의 미래를 저주했다”고 했다.

가정의학과 3년 차 레지던트인 정 대표는 지난 9일 유튜브 채널 ‘의료붕괴TV’에 출연해 “(병원에) 복귀해봤자 징계받을 것이기 때문에 (전공의 사이에서) 복귀를 안 하는 것이 낫겠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먼저 복귀하나, 나중에 복귀하나 (어느 경우든) 처벌받기 때문에 ‘아예 복귀 안 하는 것’이 제일 나은 상황”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전공의들이 사직하는 이유에 대해선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 자체에 대한 불만이 가장 큰 것 같다”며 “단순한 밥그릇 싸움이었다면 이렇게까지 많은 전공의가 들고 일어서진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날 기자회견장에 참석한 전공의들 중 정 대표를 제외한 20명은 검은색 정장과 검은색 마스크를 착용한 채 ‘근거 없는 2000명 (증원) 당장 철회하라’ ‘세계 최고 한국 의료, 근거 없이 탄압하나’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었다. 이들은 “대한민국 의료가 죽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검은색 정장을 입었다”고 했다.

복지부는 이날 전공의들의 집단 고소와 관련해 “유감”이라며 “특정 공무원의 거취와 병원 복귀를 연계하는 것은 타당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의대 증원을 포함한 의료 개혁은 모두 관련 법에 따라 기관장인 장관의 지휘, 감독 하에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