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은 2일 “우리 병원의 어려움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며 “부득이 비상 경영 체제로의 전환을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 병원은 지난 2월 전공의 집단 이탈로 수술·입원 건수가 반 토막 나면서 매일 10억여 원의 적자가 쌓이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이날 직원 공지를 통해 “올해 배정된 예산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응급·중증 환자) 비상 진료 체계는 절대 무너지지 않도록 유지하고 최대한 효율적으로 집행하겠다”고 했다.
서울대병원은 국내 ‘빅5′로 불리는 대형 병원(서울대·서울아산·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성모) 중에서도 간판 격이자 유일한 국립대 병원이다. 전국에서 몰려오는 중환자들을 치료한다. 그런데 전체 의사 중 거의 절반(46%)이 ‘수습 의사’인 전공의다. 의료계 인사들은 “서울대병원은 전공의 이탈로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허약한 체질이었다”고 했다.
서울대는 지난달 말 1000억원 한도의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어 적자를 메워왔다. 60여 병동 중 이미 10개를 폐쇄했고, 간호사와 직원들에게 무급 휴가 신청도 받고 있다. 그래도 안 되자 ‘비상 경영’을 선포한 것이다.
다른 서울 대형 병원들의 사정도 비슷하다. 매일 10억원 이상 손해가 나고 있다. 모두 전공의 비율이 30~40%로 높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빅5′ 병원의 누적 적자액은 총 2000억원 안팎에 달할 것이란 분석이다.
한편 전공의 집단 이탈로 심근경색·뇌출혈 등 27개 중증·응급 질환을 진료할 수 없는 대형 병원 응급실이 지난달 10개에서 14개로 늘어났다.
보건복지부는 2일 “43개 권역응급의료센터(대형 병원) 중 27개 중증·응급 질환 일부를 치료하지 못하는 곳이 3월 첫 주 10곳에서 3월 마지막 주엔 14곳으로 증가했다”고 했다. 가령 뇌경색 응급 환자가 들어오면 응급실에서 급한 처치를 한다 해도, 결국 뇌혈관 의사가 수술이나 시술을 해서 최종 치료를 해야 한다. 그런데 수술실을 지키던 전공의 집단 이탈로 이런 수술이 어려워지자 응급실 단계에서부터 “치료 의사가 없어 뇌경색 응급 환자는 받을 수 없다”고 하고 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