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 당선자가 27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의료 파행 관련 향후 의협 대응 등에 관해 얘기하고 있다. /이태경 기자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신임 회장 당선자는 28일 본지에 “의협이 국회 20∼30석 당락을 좌우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여야가 비례대표 후보인 안상훈 전 사회수석, 김윤 서울대 교수의 공천을 취소하지 않으면 의사들은 조직적으로 개혁신당을 지지하겠다”고 말했다.

두 후보를 정부의 ‘의대 2000명 증원’ 논리를 만든 인물로 지목하면서 공천 취소를 요구한 것이다. 안상훈 전 대통령실 사회수석은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후보 16번이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는 더불어민주연합 비례대표 후보 12번을 받았다.

임 당선자는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두 사람의 공천을 취소해야 할 것”이라며 “의사들은 환자들을 수도 없이 만나기 때문에 더 큰 표심을 움직일 수 있고, 국회 20~30석을 좌우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의사를 모욕하고 칼을 들이댄 정당에는 궤멸적 타격을 줄 선거 캠페인을 진행하겠다”고 했다.

임 당선자가 지지하겠다고 한 개혁신당의 비례대표 후보 1번은 이주영 전 순천향대 천안병원 소아응급의학과 교수로, 현재 개혁신당 공동 총괄선대위원장도 맡고 있다. 그는 최근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정부 주장은 틀렸다”며 의대 증원 등 정부 의료 정책을 비판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대학병원장을 지낸 한 의료계 인사는 “의료계는 대체로 보수 성향이 강하지만 윤석열 정부와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상태라 이번엔 정당 투표에서 국민의힘을 지지하지 않겠다는 의사들이 많다”며 “그렇다고 의대 증원에 찬성하면서 공공의대, 지역의사제 등을 추진하려는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비례 1번을 의사 출신에게 준 개혁신당을 정당 투표에서 지지하겠다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임 당선자는 전날 본지 인터뷰에서 “안상훈·김윤 공천 취소,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과 박민수 2차관 파면, 윤석열 대통령 사과가 ‘정부와의 대화’ 전제 조건”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전제 조건을 정부가 받아들여야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는 취지다.

그는 ‘2000명 증원’과 관련해선 “의대 정원은 500~1000명 줄이는 것이 맞는 방향”이라며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만들어 ‘필요 의사 수’를 추계해봐도 ‘증원해야 한다’는 결과가 나올 가능성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또 이날 의료계 일각에서 ‘윤석열 정권 퇴진 운동’을 거론하는 것과 관련해선 “기회를 한 번 더 주는 게 어떤가 싶고, 윤 대통령께 기회를 충분히 드렸는데도 고집을 굽히지 않는다면 선택지가 별로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