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20일 올해 입시부터 늘어나는 의대 정원 2000명의 ‘대학별 배정 결과’를 발표한 이후 정부와 의료계 간 갈등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의대 교수들은 25일부터 집단 사직서를 제출하고 진료·수술 등 근무시간을 주 52시간으로 줄일 방침이다. 26일부터는 진료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들에 대한 정부의 ‘면허정지 처분’이 가능해진다. 정부가 전공의들에게 제시한 복귀 시점도 다음 주까지다. 현재 공석인 대한의사협회 회장도 25~26일 치러지는 결선에서 강경파가 선출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빠른 시일 내에 타협점을 찾지 못하면 의료 파국이 가시화될 전망이다.
①교수들 “25일부터 사직, 주 52시간 진료”
25일은 정부의 ‘의대 증원’과 ‘전공의 처벌’ 방침에 반발해 의대 교수들이 사직서를 내기로 한 시점이다. 서울대 의대 비상대책위원회는 22일 “사직서는 정부와 대화를 위한 의대 교수들의 간절한 목소리”라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서지 않을 경우 25일 사직서를 내겠다는 뜻을 재차 밝혔다. 연세대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도 이날 “교수들은 학생과 전공의가 없는 대학과 병원에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전국 의대 교수들은 사직서를 내겠다고 한 25일부터 진료·수술 등 근무시간도 주 52시간으로 줄인다. 다음 달 1일부터는 외래 진료도 최소화하기로 했다. 전공의 이탈 후 대형 병원의 수술 건수가 30~50% 줄어든 가운데 외래 진료도 다음 달부터 최소 30% 이상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②26일부터는 전공의 면허정지 처분 가능
26일부터는 진료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들에 대한 정부의 면허정지 처분이 가능해진다. 면허정지와 관련해 ‘사전 통보’를 받은 전공의들이 의견을 제출할 수 있는 기한이 25일부터 차례로 끝나기 때문이다. 의견 제출이 없으면 정부가 바로 면허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당장 26일부터 면허정지 처분이 가능한 전공의는 소수인데, 전공의 복귀 상황을 더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정부의 면허정지 처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교수 집단 사직 등 의료계 반발이 거세질 수밖에 없는 만큼 상황을 더 보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전공의들이 이달 말까지 복귀할 경우, 면허정지 처분 수위 등을 감경해주겠다는 입장이다. 3월 말은 전국 수련 병원들이 ‘수련 상황 관리 시스템’에 전공의 임용 등록을 마쳐야 하는 시점이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이날 “전국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와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에 조건 없이 대화할 것을 제안드린다”고 했다. 하지만 전의교협 비상대책위원회 조윤정 홍보위원장은 “달랑 (만나자는) 문자 한 통 온 게 전부고, 언제 만날지, 어떤 안건인지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며 “진정성 있는 제안을 하고는 있는 건지 알 수 없다”고 했다. 양측이 대화의 물꼬를 트지 않고 면허정지 처분이 내려지기 시작하면, 정부와 의료계 모두 피해를 회복하기 힘든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③차기 의협 회장은 강경파, ‘총파업’ 우려도
현재 공석인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으로 누가 최종 당선될지도 주요 변수 중 하나다. 이날 발표된 의협 회장 선거 1차 투표 결과,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과 주수호 전 의협 회장이 25~26일 치러지는 결선에 진출했다. 두 사람 모두 의협 비대위에서 활동하면서 ‘대정부 투쟁’을 강조하는 강경파로 분류된다. 현재 의료계 집단행동을 교사·방조한 혐의로 경찰 수사도 받고 있다.
임 회장은 이날 1차 투표 결과 발표 직후 “압도적 대응으로 보답하겠다”고 했다. 주 전 회장은 지난 20일 “윤석열 정권 퇴진 운동에 나설 것”이라고 한 데 이어 이날 “당선되면 정부의 압박에 끝까지 버티면서 대한민국 의료를 올바르게 지키는 데 앞장서겠다”고 했다.
두 사람이 최종 후보로 압축되면서 향후 의협의 대정부 투쟁 수위는 한층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의협이 ‘개원의 집단 휴진’ 등 총파업에 나설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