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한 시민이 계단에 앉아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 이날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다음 달 1일부터 응급·중증 환자 진료를 위해 외래 진료를 최소화하겠다고 발표했다./연합뉴스

정부의 방안대로 의대 입학 정원이 늘어나면 의학 교육이 부실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교수 인력과 시설·장비 등 인프라가 부족해 적절한 교육이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2022년 기준으로 전국 40곳 의과대학의 전임교원은 1만1502명, 학생 수는 1만8348명이다. 전임교원 한 사람이 담당한 학생 수는 1.6명 수준이다. 정부는 정원이 많이 늘어난 지방 국립대 전임 교원을 현재 1700명에서 2027년까지 1000명 이상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교수들의 사의 표명이 이어지는 것이 변수다. 정부의 계획대로 지방 국립대 전임교원 확충이 이뤄질지도 미지수다. 의료계에서는 “풍부한 교육·연구 경험이 있는 교원 후보자를 찾는 것 자체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권순기 경상국립대 총장은 “의대 교수들이 마음에 상처를 받아 (사의를 표명하고 있으니) 마음을 돌리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많게는 4배까지 정원이 늘어나는 대학도 있는 가운데, 실습실과 기자재 등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해부학 실습을 수십명이 함께 해야 하는 등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지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증원이 이뤄진다면 부족한 카데바(실습용 시신)로 해부 실습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형식적 실습을 돌면서 강제 진급으로 의사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습용 시신을 확보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학생이 늘면 겉핥기식 실습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정부는 내년도 입학생이 예과를 거쳐 본과에 진입하기까지 2년 반이라는 시간적 여유가 있는 만큼 그 사이 인프라를 충분히 갖출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국립대 의대를 대상으로 필요한 인프라 수요를 조사해 예산에 반영할 계획이다. 사립대는 수요 조사를 거쳐 필요성이 인정되면 사학진흥기금 융자를 확대할 방침이다. 양오봉 전북대 총장은 “지금 당장 실습공간 등 시설 확충과 교수 증원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예산을 빨리 편성해줘야 관련 준비를 시작할 수 있다”고 했다.

카데바와 관련해서는 현행 제도에 문제점이 있는 만큼 이를 개선해 보완한다는 방침이다. 현재는 기증자가 특정 기관을 지정해서 활용하도록 하다 보니 학교마다 남는 경우도, 부족할 수도 있는데 제도를 개선해 재배분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후에도 카데바 부족 사태가 이어질 경우 수입도 고려한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