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입학 정원 확대를 두고 정부와 의료계가 대치하는 가운데,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이 19일 브리핑 도중 의사를 ‘의새’로 잘못 발음해 한 의료계 인사로부터 고발을 당했다. 복지부 측은 “격무에 시달리다 잘못 발음 한 것”이라며 고의성이 없다고 일축했다.
박 차관은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에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브리핑을 진행했다. 발음 실수가 나온 건, 전공의들의 파업을 비판하며 해외 사례를 거론하는 대목이다. 박 차관은 “독일, 프랑스, 일본에서 의대 정원 늘리는 동안 의새(의사)들이 반대하며 집단행동을 한 일은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의료계는 이 대목을 문제 삼았다. 박 차관이 ‘의사’ 대신 의사들을 조롱하는 표현인 ‘의새’로 말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은 박 차관을 모욕죄로 경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그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박 차관이)오늘 중수본 브리핑에서 생명을 살리는 의사를 저열한 욕을 동원해 모욕했다”며 서울경찰청 앞에서 촬영한 사진을 올렸다. 손에는 보건복지부 차관 박민수 의사 모욕죄’라고 쓰인 고발장을 들고 있는 모습이다.
임 회장은 연합뉴스를 통해 “평소에 의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본다. (박 차관은) 의사들과 갈등이 있었고, 전문가 집단에 대한 콤플렉스도 있다”며 “‘의새’는 실수가 아니라 잠재의식 속에 있었던 것”이라고 전했다.
대한의사협회도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복지부 차관은 언론 브리핑을 하면서 의사들을 비하하는 ‘의새’라는 표현을 사용했지만, 이는 의도하지 않은 실수였다고 믿고 싶다”며 “만약 그러한 표현을 의도적으로 한 것이라면, 이는 책임 있는 공직자로서의 기본적인 자세가 돼 있지 않은 것이므로 스스로 직에서 물러나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새’ 발음 실수에 대해 복지부는 “전혀 고의성이 없음을 알려드린다. 저희가 브리핑을 앞두고 (언론에) 공유해 드린 브리핑문만 살펴봐도 잘 아실 수 있을 것”이라고 공지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한국이 아닌 해외의 의사에 대해 말하는 대목이었고, 브리핑 중 의사를 많이 언급했는데 딱 1번 발음이 잘못 나온 것”이라며 “차관이 격무에 시달려 체력이 떨어지며 실수한 것을 두고 인신공격을 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말했다.
앞서 박 차관을 둘러싸고는 자녀의 진학을 위해 의대 증원을 추진한다는 소문이 의료계를 중심으로 펴지기도 했다.
박 차관은 이런 소문에 대해 지난 13일 브리핑에서 “저희 딸이 고3인 것은 맞다”면서도 “복지부 차관이 이 중요한 결정(의대 정원 증원)을 혼자 다 하는 건 아니지 않느냐”고 했다. 이어 “학교는 밝히지 않겠지만 (딸이) 국제반이라서 해외유학을 준비하고 있다”며 “국내 입시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