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간 새로 문을 연 동네 의원(의원급 의료기관) 10곳 중 7곳이 수도권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 인구 10만명당 개업한 병원 숫자로 비교하면 서울은 11.6곳인데 경북은 1곳에 불과했다. 새로 생긴 병원 숫자에서 최대 11배 넘는 격차가 벌어진 것이다.
10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지역별 의료 이용 통계’에 따르면, 2018~2022년 전국에 신설된 의원급 의료기관은 3240곳으로 집계됐다. 이 중 서울 지역이 1095곳이고, 경기는 1012곳, 인천 196곳 등이다. 늘어난 병원의 71%가 수도권에 몰린 것이다. 치과와 한의원은 제외한 통계다. 비수도권 지역에선 부산 220곳, 대구 164곳, 광주 88곳, 경남 81곳, 대전·충북 각 55곳, 제주 46곳, 세종 45곳, 전북 43곳, 충남 36곳, 강원 32곳, 전남·경북 각 26곳, 울산 20곳 순이었다.
인구 10만명당 개업한 병원 숫자를 비교하면 지역별 격차는 더 확연히 드러난다. 서울의 경우 10만명당 새로 생긴 병원이 11.6곳에 달했다. 경기는 7.4곳, 인천은 6.6곳이 개업했다. 반면 경북은 10만명당 1곳에 불과했고, 전남은 1.4곳, 충남은 1.7곳 개업하는 데 그쳤다. 상급 종합병원과 종합병원 등도 수도권을 중심으로 문을 열었다. 5년간 신설된 210곳 중 103곳(49%)이 수도권에 집중됐다.
지역별 의사 숫자도 차이가 크다. 작년 기준 국내 인구 1000명당 의사는 2.12명이다. 서울은 인구 1000명당 3.35명으로 전국에서 의사가 가장 많았다. 이어 대구 2.58명, 광주 2.57명, 대전 2.56명, 부산 2.48명이었다. 반면 전북(2.05명), 강원(1.78명), 인천(1.76명), 제주(1.74명), 전남·경남(1.71명), 경기(1.69명), 울산(1.60명), 충북(1.54명), 충남(1.46명), 경북(1.36명) 등 대다수 지역은 전국 평균보다 적었다.
이런 지역 간 격차는 갈수록 커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최근 5년간 전국 인구 1000명당 의사는 평균 0.17명 늘었는데 세종(0.43명)과 서울(0.38명), 대구(0.27명) 등 5곳만 평균을 상회했다. 반면 강원(0.06명), 충남(0.03명), 충북·경북(0.02명) 등은 전국 평균을 크게 밑돌았다.
의료계 관계자는 “현재 국내 의료계의 양대 문제는 필수 의료 분야 붕괴와 지방 의료 붕괴”라며 “내년 상반기 필수 의료 분야에서 모집한 전공의는 서울 대형 병원들도 정원을 채우지 못했고, 새로 문을 여는 병원도 서울 등 수도권에만 집중되는 실정”이라고 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보건의료 위기 ‘관심’ 단계를 발령했다. 대한의사협회가 11일부터 16일까지 전 회원을 대상으로 ‘의대 증원 반대 총파업’ 여부를 묻는 설문 조사를 하기 때문이다. 전국 의대 정원은 2006년 이후 3058명에 묶여 있는데, 정부는 내년부터 의대 정원을 1000명 더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