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의과대학 교수 숫자가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이나 약학대학에 비해 적은 것은 아니다. 다만 의대 교수는 환자 진료와 학생 교육을 함께 해야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국내 의대 교수들은 밀려드는 환자를 진료하고 수술을 하며, 동시에 전공 과목 강의와 의대생 수련도 담당한다. 전문 분야 학회 활동을 하고 연구 성과도 내야 한다. 반면, 미국에서는 교육과 연구를 중점적으로 하는 교수와 임상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교수가 따로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의대 교수 중 사람 생명과 직결된 ‘내·외·산·소(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분야 교수들은 특히 밤샘 수술과 당직 근무의 고충을 호소한다. 서울 한 대학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A씨는 3일에 한 번꼴로 당직을 선다. 작년까지만 해도 5일에 한 번 정도였는데, 같이 당직 근무를 하던 전임의(펠로)가 병원을 떠나면서 더 잦아졌다고 한다. 당직을 서지 않는 날에도 담당하던 어린이 환자의 상태가 급격히 안 좋아지면 병원으로 뛰어온다. A씨는 “학생들 가르치고 연구하는 것도 물론 쉽지는 않지만, 나이를 먹다 보니 밤샘 당직이나 응급 수술이 가장 힘들다”라고 했다.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가 흉부외과 전문의 327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2020년)에 따르면, 중·대형 종합병원 흉부외과 전문의들은 하루 평균 12.7시간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의들은 이 외에도 한 달 평균 5.1일을 병원에서 숙직하며 ‘야간 당직’을 서고, 10.8일은 병원 밖에서 ‘온콜(on-call·긴급 대기) 당직’을 선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흉부외과학회는 “이미 한계를 넘어선 살인적인 근무 요건을 견디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지난해 고려대 의대 의학교육학교실 공동 연구진이 발표한 연구에서 전국 40개 의대 교수 34.1%가 ‘번 아웃(burnout·극도의 정신적 피로나 무기력)’ 상태로 조사됐다. 의대 교수 3명 중 1명이 번 아웃을 호소한 것이다. 응답자 855명 중 번 아웃으로 극단적 선택까지 생각한 교수도 8%에 달했다.
최근 필수의료 분야를 중심으로 전공의 지원자가 급감하면서 앞으로 의대 교수들의 근무 상황은 더욱 악화할 전망이다. 과거 전공의가 하던 업무까지 교수가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인천 지역 대학병원의 내과 교수 B씨는 “전날 당직을 선 교수들이 매일 뻘겋게 충혈된 눈으로 나와 외래 진료를 하는 모습을 보고 인턴들이 꺼리는 과(科)가 된다”며 “그렇게 전공의가 줄어들면 교수들의 당직 횟수가 늘어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