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과 환자 개인이 병원과 약국 등 요양기관에 낸 진료비가 지난해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어섰다. 이 중 65세 이상 고령층 진료비가 전체의 43%에 달했다. 베이비붐 세대의 상징으로 100만명에 달하는 ‘58년 개띠’가 고령층에 진입하면서 노인 인구의 진료비 증가 추세가 한층 가속화할 전망이다.
4일 건보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진료비(공단과 본인 부담금 합계)가 전년보다 9.5% 늘어난 102조4277억원으로,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었다. 건보공단은 코로나 방역과 의료 체계 유지 비용이 늘어나며 전체 진료비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코로나 방역 등에 쓰인 진료비는 5조7206억원으로, 전년보다 4조4173억원 늘었다.
특히 65세 이상 고령층이 사용한 진료비는 전년보다 8.6% 늘어난 44조1187억원으로 집계됐다. 건강보험 대상자의 17%를 차지하는 65세 이상 고령층(875만명)이 전체 진료비의 43.1%를 쓴 것이다. 이들의 1인당 월평균 진료비는 약 43만원으로, 전체 평균(16만6073원)의 약 2.6배다. 입원하거나 외래로 병원을 찾은 날은 월평균 3.75일로, 전체 평균보다 이틀가량 더 많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65세 이상 고령층은 949만여 명이다. 2년 뒤에는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20% 이상이 65세 이상인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진료비와 의료비 등에서 정부 지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인구 5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인 ‘1000만 실버 시대’에는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이 심각하게 위협당할 것”이라며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65세 이상이 전체 인구의 약 29%를 차지하는 일본은 저출생과 고령화로 의료비 등에 들어가는 지출을 감당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소득이 많은 75세 이상 노인이 내는 의료보험료 인상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6일 고물가와 고금리 등으로 국민 경제가 어려워진 여건 등을 감안해 내년 건강보험료율을 올해와 같은 수준으로 동결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내년도 직장 가입자 보험료율은 올해와 같은 7.09%를 적용한다. 건보료율을 동결한 것은 2017년도 이후 7년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