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민연금이 -8.22%라는 처참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가뜩이나 저출산·고령화 가속화로 기금 고갈 시점이 해마다 앞당겨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의 노후 자금이 1년 만에 80조원이나 증발한 셈이다. 국민연금에 대한 불만 여론이 확산되고, 그 원인 중 하나로 기금운용본부가 전주로 옮겨가 우수 운용 인력 확충이 어려워졌다는 점이 지목됐다.
지난 주말 기금운용본부 서울 이전 관련 소문이 확산됐고, 6일 오전부터 ‘대통령실 관계자’를 인용한 보도가 나오기 시작했다. 전주 지역 언론과 정치인들은 즉각 반발했다. 대통령실은 “국회에서 법을 바꿔야 하는 문제”라며 한 발 뺐지만 불씨가 완전히 꺼지지는 않았다.
“기금 운용 인력의 16%를 채우지 못하고 있다” “초일류 인력은 지방에 가려 하지 않는다”는 얘기에 일리가 없지 않다. 그러나 기금운용본부를 서울로 다시 옮기는 게 위기의 연금 재정을 살리는 핵심 열쇠는 아니다. 당장 숫자가 증명한다.
기금운용본부가 2017년 전주로 이전한 후인 최근 5년간 국민연금 평균수익률은 4.2% 수준으로, 일본(3.3%), 네덜란드(2.2%), 노르웨이(4.2%) 등 세계 주요 연·기금 수익률을 앞선다. 전주로 옮기기 전 수익률까지 반영된 10년 치 수익률은 국민연금(4.7%)이 일본(5.7%), 네덜란드(5.1%), 노르웨이(6.7%)보다 오히려 낮아져, 적어도 지역 이전 때문에 운영 실적이 더 떨어졌다고 볼 수는 없다.
서울에 있는 기관의 투자 성적표를 전주로 간 기금운용본부와 비교하면 어떨까. 지방 이전 때 투자 조직만 서울에 남긴 사학연금(-7.7%), 공무원연금(-4.4%)의 지난해 투자수익률은 국민연금보다는 좀 낫다. 그러나 서울 중구에 있는 국부펀드 한국투자공사(KIC)는 지난해 연간 38조원 손실에 수익률 -14.36%라는 저조한 성적을 냈다.
기금운용본부 지방 이전을 다룬 한 논문에서는 “국내외 주식, 채권, 국내 대체 투자 분야에서 국민연금의 지방 이전이 유의미한 영향을 주지 못했지만, 해외 대체 투자 부문에서는 수익률이 크게 감소했다”고 결론 내리기도 했다. 지방에 있는 운용 기관이 어려움을 겪는 점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전한 지 10년도 안 된 기관 전체를 국가 예산을 들여 다시 서울로 불러 올릴 게 아니라 수익률이 급감한 일부 부서만 서울로 배치하는 등 ‘요란하지 않은’ 핀셋 대책도 가능할 것 같다.
기금운용본부 서울 이전 논의가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자칫 국민연금 장기 재정 안정성 확보라는 연금 개혁의 핵심 과제가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역사적 책임과 소명을 피하지 않겠다”고 연금 개혁에 대해 큰소리쳤지만 아직까지는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본부 이전 같은 부수적인 문제보다 보험료율 인상 등 현재 세대에게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불편한 이야기를 던져주길 바란다.